‘우리는 해낼 수 있어, 왜냐하면 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We make it happen ’cause we believe it)’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 공연에서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부른 ‘드리머스(Dreamers)’의 가사처럼 태극전사들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이제 브라질을 월드컵 토너먼트 무대에서 만나는 꿈 같은 일을 앞두고 있다.
3일 포르투갈에 2 대 1 역전승을 거두고 조별리그를 H조 2위(1승 1무 1패)로 통과하면서 12년 만이자 역대 세 번째 16강 진출의 역사를 쓴 한국 축구는 6일 오전 4시(한국 시각)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브라질(G조 1위·2승 1패)과 8강행 티켓을 다툰다.
브라질은 축구의 상징이다.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이자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1위 팀(한국은 28위)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 이후 20년 만의 트로피 탈환에 나섰는데 앞선 4개 대회에서도 최소 8강은 갔다. 만약 한국에 진다면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32년 만의 8강행 좌절이다. 한국은 사상 첫 원정 대회 8강 진출이 된다.
한국은 A매치에서 브라질과 일곱 번 싸워 1승 6패로 밀렸다. 모두 평가전이었고 월드컵에서는 첫 만남이다. 대패의 쓰린 기억도 많다. A매치는 아니지만 1997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3 대 10으로 졌다. 올 6월 평가전에서는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에게 2골을 맞아 1 대 5로 졌다. 하지만 6월 평가전은 현재 대표팀의 주축인 이강인(마요르카), 이재성(마인츠), 조규성, 김진수(이상 전북)가 뛰지 않은 경기였다.
지금의 한국은 기세가 무섭다. 어렵다던 포르투갈을 후반 46분 ‘극장골’로 잡아 사기충천이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만든 기회를 햄스트링 부상에서 그날 복귀한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마무리해 더 짜릿했다.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두고 16강 진출 가능성이 11%였는데도 한국은 그 확률을 뚫었다. 잃을 게 없는 홀가분한 상황에서 23% 확률에 도전한다. 미국 데이터 업체 그레이스노트는 한국의 브라질전 승리 가능성을 23%로 봤다.
브라질은 참가 명단 26명 중 22명이 유럽 빅 리그 소속이다. 선수단 몸값인 추정 이적료 총액은 약 1조 5600억 원. 한국(약 2260억 원)의 7배다. 객관적 전력에서 크게 뒤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한국은 직전 경기를 통해 업그레이드됐다. 황희찬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쥐었고 이강인은 첫 선발 경기에서도 제 몫을 해냈다. 왼쪽 날개로 뛰다 후반 오른쪽의 이재성과 자리를 바꾼 뒤 확 살아난 손흥민을 통해 전술의 다양성도 확인했다.
브라질은 수비수 알렉스 텔리스(세비야)와 공격수 가브리에우 제주스(아스널)가 부상으로 16강부터는 나올 수 없다. 다만 발목 인대를 다쳐 2·3차전을 결장했던 A매치 122경기 75골(손흥민은 107경기 35골)의 슈퍼 스타 네이마르는 출전이 가능해 보인다. 부상을 털고 한국전을 앞둔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네이마르는 2골을 보태면 브라질 선수 A매치 최다골로 펠레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네이마르도 손흥민과 똑같이 세 번째 월드컵을 치르고 있다. 이번 대회 첫 골을 놓고 서로의 골문을 겨냥한다. 레알 마드리드 주전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 히샤를리송이 네이마르와 번갈아 한국 골문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치치 감독은 2016년 6월부터 6년 넘게 브라질을 지휘하고 있다. 4년 이상 한국을 이끌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지략 대결도 흥미롭다. 가나전 뒤 레드 카드를 받아 포르투갈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던 벤투 감독은 벤치로 돌아와 개인 첫 월드컵 16강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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