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강도 방역 정책 ‘제로 코로나’를 점차 완화하면서도 더 효과적인 서방 백신을 도입할 가능성은 현재로서 크지 않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3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 포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성향과 최근 동향을 들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사회적·경제적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은 서방 백신을 활용하는 것을 꺼리면서 (우세종인) 오미크론 변이에 별다른 효과가 없는 자국 백신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은 서방에서 제작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의 사용을 승인하지 않고 자국 백신의 접종만 허용하고 있다. 시노팜·시노백 등 중국산 백신의 감염이나 중증 예방효과는 연구결과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서방 백신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일반적 진단 속에 예방효과가 거의 없는 '물백신'이라는 노골적인 저평가까지 나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방역규제를 급격히 완화하면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보건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비상대응 국장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제약업체의 백신을 도입하는 게 중국이 면역 보유층을 확대하는 데 확실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라이언 국장은 중국산 백신은 덜 효과적이라며 효과가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도 전염력이 강한 최신 변이인 오미크론이 지배종이 되면서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제기구나 전문가들의 권유에도 서방 백신에 대한 시 주석의 반감은 확고한 것으로 평가됐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중국이 지금 시점에서 서양 백신을 승인할 일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중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면서 중국이 서방 백신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도 중국이 미국에 백신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이번 주 초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중국 주요 대도시에서는 봉쇄령을 동반한 초강력 방역규제인 제로코로나, 이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검열에 반대하는 '백지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헤인즈 국장은 "시 주석이 중국의 통치 체계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려고 하지만 이는 '제로코로나' 반대 시위나 그 대응(방역규제 완화)와 상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백지시위가 현시점에서 안정성에 위협이 되는 체제전복과 같은 성격은 아니라고 본다"며 "시위의 전개 방식이 시 주석의 위상에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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