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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1차 치료제 효과 확인"…블록버스터 K항암제 나오나

유한양행 '렉라자' ESMO-Asia 2022서 3상결과 발표

무진행 생존기간 20.6개월로

대조군보다 11개월 가량 늘어

사망·진행 위험률 55%나 낮춰

얀센 병용요법 더 큰효과 기대

"2025년에 1차치료 시장 진입"


"Why Not?"

3일(현지 시간)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회의(ESMO Asia Congress 2022)가 열린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전시센터에서 만난 로스 수(Ross A. Soo) 싱가포르 국립암연구소 박사는 유한양행(000100)의 3세대 표적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렉라자의 폐암 1차치료제로서의 효과를 평가한 임상시험인 ‘LASER301’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충격적이었다"며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비중이 높은 아시아인에서 글로벌 표준요법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보다 뛰어난 효과를 나타낸 점이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ESMO Asia Congress 2022 플레너리 세션에서 LASER301 연구 결과를 발표 중이다. 사진 제공=ESMO Asia




이날 플레너리 세션 행사장은 LASER301의 글로벌 3상 임상 결과 발표를 들으러 온 2000여 명의 청중으로 자리가 가득 채워졌다. ESMO Asia는 160개국 2만 8000여 명의 종양학 전문가가 속해있는 유럽종양학회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원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연례학술행사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국내 바이오벤처 오스코텍(039200)으로부터 도입해 자체 2상 임상을 거쳐 31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 받은 3세대 EGFR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다. 1차치료제를 복용한 후 내성이 생긴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의 2차치료제로 처방된다.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2차치료제를 넘어 1차치료제서의 효과를 시험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실시해 이번에 발표했다. 결과 발표를 맡은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종양내과 교수)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활성형 EGFR 양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상대로 렉라자와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의 종양억제효과와 안전성을 비교 평가했다. 1차치료제로서의 효과를 시험하기 위한 임상 디자인이다. 임상 성패를 가르는 일차 유효성 평가변수로 설정된 렉라자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20.6개월로 이레사의 9.7개월을 11개월가량 훌쩍 넘어섰다. 무진행 생존기간은 항암제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평가 지표로, 종양 크기가 커지는 등 질병이 진행되지 않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는 기간을 말한다. 연구 기간 동안 렉라자 복용군과 대조군에서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이 발생할 확률을 나타내는 지표인 위험비(HR)는 0.45로 집계됐다. 렉라자를 1차치료제로 썼을 때 암이 진행되거나 사망할 확률이 이레사보다 55%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3일 LASER301 연구 결과가 발표된 ESMO Asia Congress 2022 플레너리 세션에 2000여 명의 청중이 몰렸다. 사진 제공=ESMO Asia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법은 특히 동아시아 지역 의료계의 관심이 크다. 전 세계 EGFR 변이 환자의 80% 이상이 아시아인이라는 보고도 있을 정도로 아시아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전체 피험자의 66%를 차지하는 아시아인의 mPFS를 살펴보면 렉라자 복용군이 20.6개월, 이레사 복용군이 9.7개월로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54%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인종에 관계없이 일관된 혜택을 나타냈고, 예후가 나쁜 엑손 21 L858R 치환 변이 환자와 뇌전이 환자에서도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종양억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 표준약물로 쓰이는 약은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다. 타그리소는 2018년 FLAURA 3상 임상 결과를 근거로 미 식품의약국(FDA) 폐암 1차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50억 1500만 달러(약 6조 55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사용허가를 받은 지 3년 만에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했다. 렉라자가 이번 임상결과를 토대로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1차치료제로 인정 받는다면 타그리소가 차지하고 있는 6조 원 시장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가 LASER301 임상 결과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제공=ESMO Asia


ESMO Asia Congress 2022 현장에서 만난 해외 전문가들은 렉라자의 블록버스터 성공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기존 약물대비 강력한 효능을 입증한 데다, 병용요법 활용 가능성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유한양행의 파트너 얀센이 진행 중인 렉라자와 이중항체 '리브레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 관련 4건의 임상 중 MARIPOSA 연구에 대한 관심이 컸다. 얀센은 현재 렉라자 기반 병용요법과 렉라자 또는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폐암 1차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임상 발표에서 렉라자 단독요법이 타그리소를 능가하는 mPFS를 보여주면서 리브레반트와 병용할 경우 더욱 강력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이 많았다. 벤자민 솔로몬 호주 멜버른대학 교수는 "유럽종양학회(ESMO 2020)에서 발표됐던 CHRYSALIS 1b상 임상 결과 렉라자와 리브레반트 병용요법은 치료 경험이 없는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상대로 100%의 반응률(ORR)을 나타냈다"며 "현재 진행 중인 MARIPOSA 연구 결과가 나오면 병용요법의 효능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ARIPOSA는 오는 2024년 상반기께 임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MARIPOSA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2025년께 렉라자와 리브레반트 병용요법이 폐암 1차치료제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얀센의 모회사인 존슨앤드존슨(J&J)은 올 10월 열렸던 전략결정 컨퍼런스에서 2025년 목표매출액 600억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5개 신약 후보군 중 하나로 '렉라자+리브레반트' 병용요법을 지목하기도 했다. J&J는 이 병용요법을 연간 최대 50억 달러의 매출을 내는 성장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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