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속마음은 취임 100일을 맞은 5일에도 들을 수 없었다. 통상 진행되는 100일 기자 간담회 없이 조용한 하루를 보내는 방향을 택하면서다. ‘소통’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이 대표이지만 취임 이후 단 한 건의 간담회도 갖지 않으면서 개인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별도의 기자 간담회 없이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으로 100일 소회를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00일에 대해 “국민과 당원들의 간절한 여망을 받들기 위해 민생과 민주 투트랙을 중심으로 변화의 씨앗을 뿌려왔다”고 자평했다. 또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는 “국민이 잠시 맡긴 권한을 민생이 아니라 야당 파괴에 남용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야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소통을 바탕으로 기초단체장에서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온 이 대표이지만 정작 당 대표가 된 뒤에는 제대로 된 현안 간담회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았다. 10월 21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한 차례 가졌지만 당 안팎의 현안을 묻고 답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이 대표의 의중을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었던 타운홀 미팅과 유튜브 라이브도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중단됐다.
통상 당 대표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는 정치권에서 의례적으로 진행해오던 일정이다. 송영길·이낙연 전 대표는 물론 언론과의 소통에 인색했던 이해찬 전 대표조차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를 비롯해 두 달에 한 번 정례 간담회를 열며 정국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당 대표실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초 취임 100일 전후로 기자 간담회 개최를 준비했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기자 간담회를 하면 검찰 수사 관련 질문만 쏟아질 텐데, 답변을 하면 하는 대로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사법 리스크만 부각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산안이라도 통과됐으면 국민들께 보고드릴 내용이라도 있었겠지만 이마저도 안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으로서는 이 대표의 첫 공식 기자 간담회는 신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신년에 대체적으로 정리해 말씀드리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의 기소 시기에 맞춰 입장 발표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정기국회 개의로 중단됐던 타운홀 미팅 등 당원과의 소통 시기는 내년 초부터 재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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