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극을 준비하며 나온 중전 캐릭터에 사고뭉치 왕자들을 더했어요. 이후 왕실 교육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곤지곤지 잼잼’이나 ‘까꿍’도 왕실 교육이더라고요.”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평균 시청률 16.9%로 4일 인기리에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슈룹’의 박바라 작가가 후배들을 만나 ‘슈룹’의 집필 비화와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이야기했다. 지난달 2일 서울 마포구 오펜 센터에서 열린 박 작가의 강연에는 50명의 동료·후배 작가들이 참가했다.
‘슈룹’은 조선 시대 왕실 내부의 현대 사회와 맞먹는 교육 열기와 경쟁을 그려 내 호평받은 퓨전 사극이다. 왕자들을 지키기 위해 후궁들과의 교육 전쟁에 뛰어든 중전 화령(김혜수)의 뛰어난 연기와 신선한 설정으로 주목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슈룹’은 CJ ENM의 창작자 양성 프로젝트인 ‘오펜’에서부터 시작된 작품이다. 사극을 원래 좋아했던 박 작가는 “오펜 당선 이후 워크샵 때 조선 시대극을 준비하다가 미니시리즈로 확장할 수 있도록 다른 줄거리를 다 버리고 중전만 남겼다”는 비화를 밝혔다. 또 “오펜에서 창덕궁을 가면서 사극을 쓰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고, 글 쓸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받아 신나게 작품을 썼다”고 전했다.
실무를 해 보지 않은 후배들을 위해 실용적인 조언 또한 아끼지 않았다. 박 작가는 기획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작가는 “대본까지 읽게 만드는 힘은 기획안에 있다”며 “'슈룹'의 경우 기획안에 왕자들의 능력 그래프를 넣어 시각적 효과를 줬다”고 말했다. 또 “인물을 설명할 때도 그냥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소문’과 ‘팩트’, ‘사람들의 생각’도 다 나누어 넣어 튀게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초심’도 강조했다. 박 작가는 “초심에는 처음 마음 그대로라는 뜻도 있지만, 초 안에 있는 심일 수도 있다”며 “심은 초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심만 잘 지키면 되니 유연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작진과의 호흡도 이야기했다. 박 작가는 “제작사와 PD를 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그 분들도 작품을 좋게 만드시려는 것이기 때문에 나쁜 이야기가 나와도 웃는 마인드를 가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본 리딩 때 지루한 부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도 이야기했다.
강연이 끝나고 만난 박 작가는 후배와 오펜에 대한 애정을 계속해 드러냈다. 박 작가는 “오펜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견학도 가고 선배의 강연을 듣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후배들에게 받았던 만큼 도움이 될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가 지망 15년 만에 입봉한 박 작가는 마지막으로 “나도 작가 지망생으로 살다 그냥 ‘보는 사람’으로 남아야 하나 고민할 때 오펜에 당선됐다”며 “글을 쓰다 보면 이게 과연 편성이 될까라는 불안감이 드는데, 우리가 하는 일이 동굴을 파는 일이 아닌 터널을 통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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