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쥐 개체 수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 뉴욕시가 거액의 연봉을 내걸고 ‘쥐잡이 전문가’를 구한다.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CNN,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뉴욕시는 지난달 30일 시 차원에서 진행하는 쥐 퇴치 업무를 책임질 고위직, 일명 ‘쥐잡이 차르’의 구인광고를 시작했다.
해당 자리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학사 이사의 학위와 관련 업계 5년 이상의 경험이 필요하다. 연봉은 12~17만 달러(약 1억5000~2억2000만원)로 책정됐다.
공고문에 따르면 뉴욕시는 지원자에게 “적(쥐)과 싸우는 데 필요한 추진력과 결단력, 킬러 본능”을 요구하고 있다.
뉴욕시는 이미 보건국 산하에 해충·유해동물 대책부서와 쥐 퇴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쥐잡이’ 공무원을 별도로 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다양한 쥐 퇴치 작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책임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에는 사람보다 쥐가 더 많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2014년 집계된 통계에 의하면 뉴욕에 약 200만 마리의 쥐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쥐 개체수가 훨씬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뉴욕시의 대부분 식당이 영업을 중단했을 당시 쥐 떼가 길거리로 나와 먹이를 찾기 시작했고, 이후 습성 자체가 변해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예전보다 대담하게 길거리를 돌아다니게 됐다는 분석이다.
뉴욕시 보건부는 쥐가 음식을 오염시키고 렙토스피라증 질병을 확산시키는 등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렙토스피라증은 쥐 등 야생동물의 소변을 매개로 감염되는 감염증으로, 발열과 두통, 오한, 종아리 및 허벅지의 심한 근육통, 안구 충혈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후안 이그나시오 상기네티셰크 하버드대 생물학 및 진화생물학 박사는 “도시에 서식하는 동물의 개체 수를 줄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쥐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곳에 사는 것이다. 쥐와 사람은 같은 도시 정글에 함께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쥐가 옮기지 않는 질병들을 옮기는 다람쥐 등 다른 설치류에 대해서는 편안함을 느낀다”라며 ‘이들의 풍성한 꼬리와 대조되는 쥐의 민숭한 꼬리’에 대한 반감이 이 같은 쥐 퇴치 작업의 본질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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