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차량기지에 침입해 전동차 외벽에 ‘그라피티(graffiti)’를 그리고 도주한 외국인 남성 2명 가운데 1명이 루마니아 현지 경찰에 검거됐다.
5일 인천 논현경찰서는 공동건조물 침입과 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미국인 A(26)씨의 인도를 루마니아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9월 24일 오전 3시께 인천시 남동구 한 지하철 차량기지에 침입해 전동차 외벽에 가로 2m, 세로 1m 크기로 ‘WORD’라는 알파벳 글자를 그림으로 그리고 사진을 찍은 뒤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철로 주변 고압 전류가 끊기는 심야 시간대에 범행 계획을 세우고 보안 시설인 차량기지에 침입하면서 울타리와 철조망을 절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같은 달 11∼23일 서울·대전·부산 등 전국 6곳의 지하철 차량기지에서도 전동차 외벽 등지에 알파벳 글자를 그린 그라피티가 잇따라 발견됐다.
경찰은 그라피티 모양이나 침입 수법 등이 유사한 점을 미뤄 A씨가 공범인 이탈리아인 B(27)씨와 함께 지하철 차량기지를 돌아다니며 그라피티를 그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라피티(graffiti)’는 ‘긁다, 긁어 새기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graffito’에서 비롯된 말로 건물 벽면 등에 스크래치 기법이나 스프레이 페인트 분무기로 내뿜는 방법으로 낙서하듯 그리는 그림이나 문자를 말한다.
그라피티의 특징 중 하나는 타인의 영역에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그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타인의 재산권 등을 무단으로 훼손하는 행위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당시 현장 주변 CCTV 등을 확인한 경찰은 건조물 침입과 재물손괴 혐의로 A씨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지난달 22일 A씨는 루마니아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B씨의 행방은 아직 묘연한 상태다.
경찰은 “법무부를 통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고 있다”며 “루마니아에서 승인해 국내에 송환되는 대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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