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초에도 ‘빅스텝’ 이상의 고강도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전히 과열 징후를 보이는 고용 상황에 더해 서비스 업황도 식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5일(현지 시간)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11월 서비스 부문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6.5로 전월의 54.4보다 2.1포인트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시장 전망치는 53.3이었다. PMI가 50 이상이면 업황이 확장 국면에 있다는 의미다. ISM의 서비스 PMI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4월과 5월 두 달간 감소한 후 올 11월까지 30개월 연속 50 이상을 기록했다.
서비스업의 성장은 통상 좋은 소식이지만 지금은 연준의 긴축 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경제에 부담이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오런 클라킨은 “서비스업이 탄력 있게 회복 중이지만 (이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상과 금융시장의 위축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업은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완화가 더디다고 지목하는 부문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30일 브루킹스연구소 주최의 행사에서 “주택 이외의 근원 서비스는 앞으로 인플레이션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범주”라며 “이 부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노동시장 불균형으로, 임금이 2% 물가 목표 이상으로 오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가 “12월부터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할 수 있다”면서도 “앞으로는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지, 얼마나 제한적인 수준으로 유지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서비스 업황과 고용 상황이 금리 변동을 좌우할 것이라는 예고다.
파월 의장의 우려는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날 발표된 서비스 PMI의 세부 지표 중 고용지수는 10월 49.1로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가 11월 들어 다시 51.5로 올라갔다. 고용이 늘고 활발해졌다는 의미다. 앞서 2일 발표된 11월 고용 보고서에서도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시장 전망치(0.3%)보다 두 배 높은 0.6%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따라 연준 내부에서 이달 빅스텝인 0.5%포인트 인상에 이어 내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인 2월 회의에서도 다시 한 번 빅스텝을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WSJ는 “일부 위원들은 채용이 둔화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 2월에 또다시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시도할 수 있다”며 “반면 공급 병목현상과 과열된 주택 시장이 인플레이션을 주도한다고 보는 위원들은 상황이 완화됨에 따라 2월 베이비스텝(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선호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WSJ는 이번 FOMC에서 연준이 내년 말 금리 수준을 4.75~5.25%로 제시할 것으로 봤다. 현재 기준금리 상단이 4.0%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준이 최종금리 중위값을 5.25%로 제시할 경우 두 번의 빅스텝과 한 번의 베이비스텝, 또는 한 번의 빅스텝과 세 번의 베이비스텝이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도 내년 초 0.5%포인트 인상을 전망하는 분위기가 우세해졌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서 내년 2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51.8%로 0.25%포인트 인상 확률(36.0%)을 앞질렀다.
이 같은 분위기에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576%로 전 거래일(3.489%)보다 약 9bp(1bp=0.01%포인트)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예상보다 강력한 미국 서비스 데이터가 연준의 금리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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