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반갑다. 관광통역안내사 이동금이다. 외국인 방문객들에겐 ‘크리스틴’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웃음). 처음 뵙는 분들에게 60대라고 말하면 “어쩜 그리 활기 넘치냐”며 놀란다. 그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 지금 하는 일에 대해 말해 달라.
“프리랜서 관광통역안내사로 일하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가이드 역할을 가장 많이 한다. 코로나19 이후로 외국 관광객의 방문이 줄어들어, 한국인을 대상으로 궁궐 투어와 골목 투어 상품을 기획해 판매하고 있다. 협동조합원들과 함께 지식, 재미, 가치를 추구하며 기획해서인지 최근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은 위드코로나 시기에 맞는 외국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 이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퇴직 후 인생 처음 찾아온 자유시간, 기왕 쉴 거라면 뜻깊게 보내는 게 좋지않나. 남편과 해외여행을 결심하자마자 캐나다 로키산맥으로 향했다. 참 잘한 선택이었다. 여행을 계기로 인생 2막의 힌트를 얻게 됐으니 말이다.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것은 물론 담당 가이드님을 통해 직업을 대하는 열정과 자부심까지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 ‘부럽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분의 에너지는 남달랐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시험이라 당시 준비 시간이 촉박했지만, 하루에 13시간씩 공부하면서 다른 수험생들과 격차를 좁혀나갔고 결국 한 번에 합격했다. 자격증을 따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기회를 만나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 퇴직 전에는 어떤 일을 했었나.
“나의 가장 대표적인 커리어를 말하라면 ‘준법감시인(compliance officer)’을 꼽을 수 있다. SC제일은행(前 스탠다드차타드)에서만 10년 이상 준법 감시 업무를 했고, 사회 초년생부터 은퇴하는 순간까지 외국계 회사와 은행에서 꾸준히 일해왔다. 덕분에 어릴 적부터 가장 관심 있던 언어인 영어를 꾸준히 사용할 수 있었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내 역량을 가감없이 발휘했던 순간들이었다.”
- 과거와 지금의 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
“과거와 현재를 굳이 비교하지 않고 항상 제 일을 즐기고 있다. 그럼에도 체감을 하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생활 반경이 달라진 게 가장 크다. 업무 공간이 실내가 아닌 실외로 바뀌면서 더 활기차게 변했다.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그 전엔 함께 일하는 동료, 감독원 관계자 등 한정적이었다면 지금은 투어 신청을 어떤 그룹,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다. 그만큼 몸소 배우고 깨닫는 점들이 늘어났다.”
- 관광통역안내사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한 번은 말레이시아에서 온 청각장애인 팀을 투어한 적이 있다. 처음엔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수어를 배운 적도 없고 서로 영어를 아무리 잘한다 한들 입 모양으로 알아볼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최근까지도 연락을 주고받는 귀한 인연이 됐다. 확실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글’뿐이다 보니 투어 전날엔 메신저, 투어 진행할 땐 화이트보드에 안내사항을 꼼꼼히 적었다(남편이 승합차로 동행하며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편리하진 않았을지라도 교류하는 방법이 남달라서인지 정이 빨리,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투어가 끝나고 헤어질 땐 말레이시아에서 준비해 온 기념품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아서 우리 부부에게 전해주더라. 한동안 잊고 있던 몽글몽글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그 감정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보고 싶은 마음에 지금까지도 생일, 기념일 특별한 날마다 안부를 전한다. 그만큼 애틋한 사이죠.”
- 한 번의 인연으로 애틋한 사이가 되다니 대단하다. 이 경험이 관광통역안내사로서 한 번 더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나.
“물론이다. 이 경험을 계기로 무장애관광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관련 교육을 듣고 최근 수료를 했다. 예전엔 한 분야의 전문가였다면 지금은 가이드 일을 통해 한 발, 한 발 새로운 세상에 걸음마를 해나가고 있다. 오히려 더 젊게 지내는 것 같기도 하다(웃음).”
- 동년배 취준생에게 전수할만한 재취업 비결이 있나.
“따로 비결은 없다. 여행을 계기로 신선한 자극을 받았고, 의외의 순간에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거지 않나. 그런 것처럼 조금 여유를 가지고 시야를 넓게 하되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일들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나는 가이드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한식해설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역사와 궁궐이 좋아서 ‘우리궁궐지킴이’ 교육을 받았다. 덕분에 창경궁에서 해설 봉사도 하게 됐다.
평소 인적 네트워크를 잘 구성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관광통역안내사 스터디를 할 때 만난 인연을 통해 우연히 일을 시작했고 시작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지금까지 무탈하게 일하고 있다. 역사, 언어 스터디 그룹은 일을 시작하고도 한동안 유지했다.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공부하면 시너지 효과도 더 좋다.”
- 먼저 살아본 선배로서 인생 2막을 ‘잘’사는 데 필요한 게 있다면.
“혹자는 ‘운이 좋은 거 아니냐. 쉽게 풀린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항상 다방면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언제나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 항상 노력해 왔고, 그래서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인생 2막엔 어떤 상황에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준다면.
“이 모든 걸 다 해내기 위해 챙겨야 할 필수 항목! 바로 ‘체력’이다. 나는 매일 1만 보 이상 걷는다. 수를 채우지 못한 날은 집보다 먼 지하철역에 내려서 일부러 더 걷기도 한다. 그렇게 하니까 체력 유지가 되더라. 코로나19로 힘든 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치지 말고 몸과 마음을 단련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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