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대장동 사건.
요즘 정치권과 법조계는 물론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사건들이다. 특히 이들 사건의 ‘윗선’으로 각각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거론되는 만큼 수사 단계마다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이들 사건이 윤석열 정부 ‘정치 검찰’의 조작·기획 수사이자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적어도 법원은 이에 대한 수사가 정치 검찰의 부당한 야당 탄압이라고 보지는 않는 듯하다. 서울중앙지법의 김정민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3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발부 사유는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였다. 앞서 법원은 10월 22일 이 사건과 관련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은 구속적부심을 통해 조건부 석방된 상태다.
법원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의 오른팔과 왼팔로 꼽히는 인물들을 줄줄이 구속시켰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8일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정 실장은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고 구속 상태를 유지시켰다. 앞서 10월에는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대선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대표는 정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페이스북에 ‘유검무죄 무검유죄’라며 “조작의 칼날을 아무리 휘둘러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고 썼다.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의 영장 실질 심사를 하루 앞두고 입장문을 통해 “정권이 바뀌자 부처의 판단이 번복됐다”며 “부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법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대장동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이들의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이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영장 전담 판사들은 이들 사건 피의자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증거인멸 및 도망 우려’를 꼽았지만 영장 발부의 전제 조건이 범죄 사실 소명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물론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가 유죄를 뜻하지는 않는다. 구속영장은 피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때 발부되고 유죄 판결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 혐의가 입증돼야 내려진다. 쉽게 말해 구속영장은 범죄 혐의가 51% 정도만 입증돼도 발부되는 반면 형사재판의 유죄 판결은 범죄 혐의가 99% 이상 입증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구속영장 발부 상황을 보면 법원은 일단 검찰이 주장한 이들 사건의 기본 내용을 상당 부분 사실로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들 사건이 정치 보복이자 ‘창작 소설’이라는 야당의 주장은 적어도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검찰은 앞으로 이들 사건으로 구속된 피의자들을 차례로 재판에 넘길 것이다. 이후 사건의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된다. ‘검찰의 시간’은 가고 ‘법원의 시간’이 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 때처럼 특정 서클 출신의 판사가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는 일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설령 법원이 이들 피의자의 유죄를 인정하더라도 민주당과 야당 지지자들이 승복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들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최종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 자금 수수 사실도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하면 검찰 수사는 물론 법원의 판결도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국회 다수당인 현실은 삼권분립을 표방하는 한국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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