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일본을 포함한 31개국이 ‘세계 인권의 날’을 하루 앞둔 9일(현지시간) 유엔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 국가의 유엔대사들은 북한 인권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공개회의 후 약식 회견에 나서 안보리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 회의장 앞에서 31개국을 대표해 이 같은 내용의 장외 공동성명을 낭독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 등 참가국 대사 대부분이 동참한 회견에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우리가 인권을 부정하는 자들을 공개 비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악의 인권침해 국가 중 하나가 바로 북한”이라고 꼬집었했다. 그는 “북한이 10만 명 이상을 정치범 수용소에 가두고 고문, 강제 노동, 즉결 처형, 등을 저지르고 있다”며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의 인권 침해를 '반인도 범죄'로 규정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이들은 특히 북한의 일반 주민들도 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를 부정당하고 어린이와 여성,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인권 침해가 조직적이라는 데 주목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등은 “다른 나라 국민이 즉결 처형, 암살, 감시, 협박, 납치, 강제 송환 등 북한의 인권 침해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을 간접 언급했다. 이어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들의 인권 상황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한국과 일본 국적자들의 강제 실종, 미송환 전쟁 포로 문제도 거론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등은 "특히 북한의 납치로 억류된 한국 시민들의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일본인 납북 피해와 전쟁포로 처우 문제도 함께 거론했다. 또 북한의 인권 침해를 두고 “북한의 불법 무기 개발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며 “북한 주민들이 심각한 경제적 고통과 영양실조에 시달리는데도 무기 개발에 자원을 전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국내외 강제노동이 무기 개발의 자금을 대는 수단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들 대사는 “안보리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뤄야 할 때”라고 촉구헸다. "모든 안보리 이사국이 내년에는 북한의 인권 침해를 공개 브리핑 형식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지지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에는 한미일 외에 알바니아, 호주,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체코, 덴마크, 도미니카공화국, 에콰도르,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우크라이나, 영국이 동참했다. 지난해 성명에 7개국만 동참한 것과 비교하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주목도가 크게 높아진 셈이다. 지난해에는 한국도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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