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을 분석하는 진술분석관이 올해 대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충분치는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진술분석관 총원은 18명으로 전년 12명에서 6명(50%) 증가했다. 진술분석관은 2013년(12명)부터 지난해까지 약 10년간 11명~13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이원석 검찰총장이 아동학대와 디지털성범죄 등을 사회적 약자 대상 ‘4대 범죄’를 규정하며 엄단 의지를 밝힌 후 처음으로 큰 폭 증가했다.
진술분석관은 피해자의 진술이 실제 경험한 범죄 사실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다. 성폭행은 목격자나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의 진술이 범죄 피해를 밝히는 유일한 실마리가 되는데, 아동과 장애인 피해자는 의사표현이 불명확할 수 있는 만큼 진술 분석이 필수다.
일례로 계부가 의붓딸을 11년간 성폭행하고 친모도 범행에 가담한 사건에서 진술분석관의 자료가 유죄를 인정하는 증거로 채택됐고, 계부에게 징역 25년, 친모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된 바 있다. 또 수 년간 여동생을 강간한 의사인 친오빠에게 원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진술분석 결과통보서가 증거로 채택되며 피의자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문제는 업무 부담에 비해 여전히 진술분석관 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진술분석관은 사건 접수 후 △사건 기록 영상물 검토 △피해자 면담 △진술 내용 분석 △타당성 요인 검토 △통보서 작성 △법정 증언 등 복잡한 과정을 소화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분석관들은 피해자의 표정과 말투, 몸 동작 등 미세한 움직임부터 진술 일관성 여부까지 세세히 분석해 진위 여부를 밝힌다.
매년 200~300건의 진술 분석 의뢰가 쏟아지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진술분석관 총원은 10여명에 그친다. 지난해 8월부터 13세 미만 아동 성범죄뿐만 아니라 아동학대범죄 피해까지 진술분석 대상에 포함되며 업무 범위도 넓어졌다. 아동과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며 성폭력 진술 분석 수요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복잡하고 심도 있는 전문 지식이 필요한 만큼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들을 필요로 하지만 대다수가 계약직 선발돼 채용의 질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검 진술분석관 18명 중 정규직은 3명뿐으로, 올해 새로 뽑은 6명도 모두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아동과 장애인 사건에 있어서 진술분석관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일단 올해 큰 폭 증가한 게 의미 있다고 보여지지만 아직까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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