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감기에 걸리기 쉬운 이유가 ‘코 속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하버드 의대 이비인후과와 보스턴 노스이스턴대 약학 공동연구팀은 차가운 공기가 코에서 일어나는 면역 반응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전날 ‘알레르기와 임상면역학(The Journal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저널에 실렸다.
연구팀에 따르면 온도가 섭씨 5도만 낮아져도 콧속에 있는 세균과 바이러스 퇴치 세포가 절반가량 줄어든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벤저민 블레이어 하버드대 의대 박사는 “온도가 조금만 낮아져도 면역 기능 세포의 절반을 잃게 된다”며 “차가운 공기는 (겨울날) 바이러스 감염 증가와 연관 있다”고 밝혔다.
호흡기 바이러스와 세균은 주로 코를 통해 몸속으로 침범한다. 지난 2018년 연구팀은 코 앞에 위치한 비강 세포에서 병원체를 감지하면 수십억 개의 세포외소포(EV)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V들은 병원체가 세포를 감염시키기 전에 이들을 둘러싸고 공격하거나, 병원체가 세포 대신 자신에게 들러붙도록 유인한 후 점액으로 배출됐다. 이 점액이 바로 콧물이다.
연구에 따르면 병원체가 공격할 때 코는 EV를 최대 160%까지 증가시킨다. EV에는 본 세포보다 20배 많은 수용체를 가지고 있어 매우 끈적거려 병원체를 잘 포획할 수 있다. 또 EV는 세균을 공격하는 ‘마이크로 RNA’ 서열이 세포의 13배에 달하는 등 그야말로 ‘세균 퇴치의 첨병’이다.
그러나 연구팀이 참가자를 4.4도의 날씨에 15분간 노출하자 콧속 온도는 5도가 떨어졌다. 이와 함께 추위에 노출된 EV의 42%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EV의 마이크로 RNA도 절반으로 줄어들었으며, 수용체 또한 70% 감소했다. 훨씬 덜 끈적거리게 되면서 병원체를 잡아내는 능력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다만 블레이어 박사는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이 쌀쌀한 날씨에도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스크는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흡입을 막을 뿐만 아니라 코의 ‘스웨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코가 바이러스를 인지했다고 착각할 수 있도록 하는 신약을 개발해 면역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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