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 통과로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운임제와 한국전력공사법 논의도 불투명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안 수정안 단독 통과까지 벼르고 있어 1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합의조차 어려워진 탓이다.
11일 이 장관 해임 건의안이 야당의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여야 간 협상은 중단됐다. 연말 일몰을 앞둔 안전운임제와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한전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도 멈출 가능성이 커졌다.
연내 논의가 진전되지 않으면 안전운임제는 올해 말 자동 폐기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로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에 대해 3년 시한으로 2020년 도입됐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 및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면서 파업을 벌여오다 16일 만에 철회했다.
야당은 9일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는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이 남았지만 통과는 쉽지 않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제동을 걸면 법사위 상정이 막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 여당은 화물연대의 총파업 철회 이후에도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장관 해임 건의안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예산안 등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도 심화하면서 정치적 협상은 더 어려워졌다.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한전법도 공회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대표로 부결됐다. 여야는 한전법 개정안을 연내 재추진하겠다며 뒷수습에 나섰지만 얼어붙은 정국에 법안 처리를 위한 협상도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한전법 개정이 불발되면 한전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기요금 대폭 인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전의 자금줄이 막힌 상황에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정쟁만 계속되고 정치는 멈춰선 상황에서 여야가 사안을 분리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전법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법안”이라며 “특히 과반의 의석을 점유한 민주당이 한전법 등 통제 가능한 법안들을 이성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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