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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에너지 절약이 최선의 정책

김성수 한국공학대학교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우크라 전쟁에 글로벌 에너지 대란

韓 수입많아 무역적자 악화 우려에도

전기·가스비 인상폭 적어 체감 못해

자발적 에너지절약으로 위기 넘겨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으로 수출되던 러시아 가스가 전년 대비 30% 미만으로 축소되면서 유럽에서는 가스와 전력 요금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특히 부족한 에너지 사정을 반영해 실내 난방 온도를 제한하는 등 다양한 정책이 실행되고 있다. 프랑스는 에펠탑의 야간 조명 소등과 함께 조명 및 옥외 광고를 오전 1시 이전에 끄고 난방 온도를 19도로 제한하고 있다. 독일은 공공 건물 온수 중단과 수영장 난방 금지를 시행 중이고 핀란드는 사우나를 1주일에 1회로 줄이는 조치를 내놨다. 슬로바키아는 ‘샤워 2분’이라는 웃지 못할 지침마저 발표했다.

유럽이 부족한 가스를 보충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면서 LNG 가격도 폭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에너지 수급 여건이 유사한 일본도 올겨울 부족해질 전력의 효율적인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비상수급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소비자가 이러한 에너지 위기 상황을 체감하기 쉽지 않다. 정부에서 통제하는 전기 요금이나 가스 가격 인상 폭이 해외 사례에 비하면 동결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는 비용을 치러야 하는데 한전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연료 가격 상승에 따라 우리나라 전력 시장의 도매가격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전기 요금은 거의 동결된 상황에서 구입하는 전력 가격이 대폭 상승했기 때문에 한전은 올해 예상되는 약 30조 원의 순손실을 채권을 발행하며 버티고 있다. 한전의 채권 발행 폭주로 인해 금융 시장 혼란마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연료 가격이 상승하면 수입 비용이 증가하고 결국 무역 적자를 악화시키게 된다.



이 같은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일반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이다. 낭비되는 요소를 줄이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혹시라도 닥칠지 모르는 공급 위기에 대처하는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에는 불편함이 있게 마련이고 비효율적인 설비를 개선하기 위해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실제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게 되면 전기 요금이 50% 이상 오르는 등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의 고통이 뒤따르겠지만 결국 소비자가 높은 가격에 반응해 적극적으로 에너지 절약이나 효율화에 나설 것이다. 이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비싸게 수입한 에너지를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에너지의 사용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기후위기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에너지를 7번째로 많이 소비하는 국가로 지난해에 2050 탄소 중립 목표를 제시했다.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은 탄소 중립으로 가는 데 있어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비효율적으로 낭비되는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이기보다 에너지효율화를 통해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게 낫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와 같이 급격한 가격 인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에너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정책을 전제로 에너지 가격이 실제 공급 비용을 반영하도록 조정돼야 한다. 이것이 현재 기술로 가장 비용효과적인 에너지 이용의 합리화를 통해 모든 국민이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탄소 배출을 줄임으로써 탄소 중립이라는 담대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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