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입지 않는 옷을 가져가 다른 사람들의 옷과 바꿔 입을 수 있는 21% 파티. 지구용에서도 꾸준히 소식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파티의 이름이 21%인 이유는 사놓고 옷장 속에만 잠들어있는 옷이 평균 21%라는 조사 때문입니다. 참고로 21%파티는 단체나 개인 누구든 주최할 수 있도록 설명서와 포스터·교환 티켓·옷 태그까지 전부 담은 21% 파티 툴킷도 제공하고 있어요.
전국 곳곳에서 21% 파티를 열어 온 다시입다연구소가 최근 '고쳐 입기'로 활동 범위를 넓혔어요. 낡은 옷을 직접 수선해 입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21% 파티에서 팔리지 않은 옷을 업사이클링해 판매하는 '21%랩'을 연 것. 서울 성동구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진행 중인 21%랩 팝업으로 함께 가볼까요?
?소매 너덜거리는 후드집업, 어떻게 바뀌었을까?
용사님은 옷을 수선해 입은 적 있나요? 에디터는 새로 산 옷의 바지 길이 같은 건 수선한 적이 있지만, 낡고 해진 옷을 고쳐 입은 적은 없어요. 귀찮기도 하고 옷이 워낙 저렴하니 새 옷을 사서 입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21%랩에서 수선하려고 고른 이 회색 후드 집업도 사실 그냥 버릴 생각이었습니다. 손목이 해져서 원단이 두 개로 쪼개져 지저분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수선하려고 다시보니 소매 말고는 다 깨끗하고 멀쩡하더라고요. "왜 고쳐 입을 생각을 안 했지?" 싶었어요.
수선할 옷을 가져가면 21%랩 직원분과 어떻게 고칠지 상의를 한 후 직접 수선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무료) 저는 끝 단만 살짝 접어서 바느질을 하기로 했죠. 직원분은 매장에 마련된 재봉틀 앞에 저를 앉히시더니 직접 재봉틀을 사용해보라고 하셨어요. 바늘이 빠르게 움직여 좀 무서웠지만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페달을 밟으니 되긴 되더라고요? 위의 사진이 비포, 애프터인데요. 바느질은 서투르지만... 그래도 훨씬 깔끔해 보여 만족스러웠습니다. 직접 옷을 고쳐보니 생각보다 간단하고 뿌듯했습니다. 내 손으로 고친 옷에 대한 애정도 커졌고요.
21%파티에도 악성재고는 있다
21% 파티에도 재고는 있습니다. 전체 의류의 약 36%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쌓인다고 하는데요. 이런 옷들을 어떻게 하면 다시 선택 받도록 할 수 있을가, 고민 끝에 업사이클링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팝업이 열리는 헤이그라운드 시작점 6층에는 9인의 디자이너가 21% 파티에서 팔리지 않은 옷으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각각의 옷마다 원래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디자이너가 참여해 업사이클링했는지 스토리가 적혀 있어 읽어보는 재미가 있어요. 최대한 자투리 원단이 나오지 않는, 친환경적인 업사이클링 방식을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엿볼 수 있었고요. 업사이클링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전시에서 분명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거에요.
?재활용보다 한 수 위, 고쳐 쓰기
요즘 '수리할 권리'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말 그대로 소비자가 제품을 수리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특히 전 세계인의 생활필수품인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들 위주로 수리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지난해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자가수리 보장권을 위한 행정명령'을 내리며 더 큰 이슈가 됐죠. 우리나라는 2021년 11월 '수리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되었지만, 아직 계류 중.
저도 수리할 권리에 대해 알고 있고 관심도 있었지만, 이번에 옷을 수선하면서 나는 뭘 얼마나 고쳐서 쓰려고 했었나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아직 안되는 것도 많지만, 지금도 찾아보면 물건을 고쳐 쓸 방법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옷 뿐 아니라 가방, 낡은 책 심지어는 깨진 도자기까지도 붙여 쓸 수 있습니다. 용사님 집에 혹시 버릴까 고민 중인 물건이 있다면 고칠 방도는 없는지 한 번쯤 고민해보시길 바라요!
참고로 21%랩은 팝업이 끝난 이후에도 상시 프로젝트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지금 진행 중인 21%랩 팝업과 전시는 오는 16일까지,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려있어요. 입지 않는 옷을 가져가면 최대 두 벌까지 다른 중고 의류로 교환할 수 있으니 연말 옷장 정리 중이신 용사님들도 한 번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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