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코로나19, 언제쯤 막을 내릴 수 있을까요? 아무리 독감 수준으로 증상이 약화됐다지만 한국에서도 겨울철을 맞아 재유행이 시작됐고, 중증 환자나 사망자도 여전히 나오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한사코 부인하고 있는 중국에선 최근 지난 3년간 고수해 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습니다. 11월부터 코로나 방역 정책이 조금씩 완화되더니 급기야 지난주 중국 방역 당국은 제로 코로나의 장벽을 대부분 걷어내기로 했습니다.
중국의 변화에 전 세계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만큼 중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중국
중국은 지난 7일 10가지 방역 조치를 발표하면서 철통같이 고수하던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한 발 물러서기로 했습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지역 간 이동 시 PCR 음성 결과 제시 의무 폐지가 가장 눈에 들어옵니다. 벌써부터 항공권 검색과 호텔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에 걸리면 '팡창'이라는 열악한 상태의 격리시설로 무조건 끌려가던 것도 무증상이나 경증 감염자의 경우 자가격리를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자 자가검사키트와 해열제, 감기약 등을 사려고 약국 앞에 긴 줄이 생겼죠.
감염자가 많으면 도시를 봉쇄하고 며칠간 전수 PCR 검사를 하던 것도 사실상 폐지했습니다. 노인 요양원, 초중고교 등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을 제외하면 입장 시 PCR 음성 증명서 제출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식당, 술집, 카페, 슈퍼마켓, 헬스장에 가려고 2~3일마다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거죠. 베이징처럼 자체적으로 48시간 정도 음성 결과를 요구하는 곳도 아직은 있긴 합니다.
앞서 강조한 대로 노인 백신 접종률도 빠른 시간에 최대한 높일 계획입니다.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학교 시설은 오프라인 수업을 실시하도록 했는데 온라인 수업에 지친 학부모들이 가장 좋아하고 있습니다.
경제 하락 더는 볼 수 없었다
중국이 사실상 위드 코로나 수순에 들어간 가장 큰 원인은 경제 문제 때문으로 보입니다. 올해 2분기 상하이 봉쇄 때 전년 동기 대비 0.4%로 바닥을 친 분기 경제 성장률이 3분기에 3.9%로 올라오면서 4분기에는 더 높은 수준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10월 말부터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전에 비해 줄었지만 여전히 봉쇄 위주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는 바람에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은 불가능했고 생산과 소비 등 경제 활동도 위축됐습니다. 그 결과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갈수록 위축됐고 최근 발표된 11월 수출, 수입 실적도 코로나 발생 초기의 최악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미크론 변이의 심각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물론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요즘 중국에선 코로나가 위험하지 않다며 감기 수준이라고 적극 홍보할 정도입니다.
여기에 지난번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우루무치 화재 사고를 계기로 전국으로 확산된, 이른바 ‘백지 시위’에 중국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가 더해졌습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이렇게 대규모로, 그것도 전국 각지에서 시위가 일어난 것은 중국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듭니다. 체제에 대한 도전에 중국 지도부가 놀란 것으로 보입니다.
복합적 이유지만 경제 회복에 우선 순위를 두고 방역조치가 완화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함에 따라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해 태평양 건너 미국 등 세계에 미칠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바빠졌습니다.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4~5%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고위 관리들이 올해 목표치인 '5.5% 내외' 달성에 실패했지만 내년에 약 5%를 목표로 제시할 것이라 전했습니다. 중국 내 전문가들도 최저 기준을 4% 정도로 예상하는 발언이 나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부담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2020년 이후 누적된 봉쇄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정부 부채가 늘어낫 탓에 내년 확장된 재정 정책을 펼치기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최근 시 주석이 주재한 회의에서 내년에도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고, 안정 속에 성장을 추구한다는 뜻의 '온자당구, 온중구진(穩字當頭, 穩中求進)'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올해도 같은 목표였지만 달성이 쉽지 않았는데, 내년에는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위드 코로나를 본격화하는 일상회복 초기 단계에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거친 것처럼, 중국 경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오히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홍콩,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의 경제 성장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중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늘고 그에 따른 수입도 증가하기 때문이죠. 스탠다드차타드는 내년에도 중국 도시소비자 지출이 펜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글로벌 인플레 등 악영향 우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경제 회복에 따른 나비효과가 전 세계에 미칠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중국이 내년 중반 완전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 연간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20%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 상승을 가져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내년 중반쯤 -3.9%로 떨어지지만 중국 경제가 하반기부터 살아나면서 내년 연말에는 5.7%로 반등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아이리스 팡 ING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완전한 일상 회복이 세계 물가를 더욱 상승시키고 해외여행과 판매,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감이 큽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중국이 한국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만큼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 한국 경제도 좋아질 수 밖에 없다"고 예측했습니다. 다만 집단 감염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렸습니다.
제로코로나 완화가 한국 경제에 그다지 좋은 효과를 못 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하는데요.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 대중국 수출이 늘어나고 무역수지 적자가 일부 해소되겠지만 중국이 수출은 물론 내수를 중시하는 '쌍순환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중국 내수 관련 산업 정도가 재미를 볼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중국의 제로 코로나가 사실상 폐지된다고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갑작스런 방역 완화로 중국의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SCMP는 "방역 완화로 중국은 이제 바이러스가 인구를 휩쓸 가능성과 의료 체계가 잠재적 감염 폭증에 준비됐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염자나 사망자에 대한 전망은 조금씩 다릅니다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완전한 위드 코로나 시행 시 중증 환자 580만명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의 중환자실(ICU) 침상은 10만명당 4.37개라고 합니다. 14억명으로 환산하면 6만여개밖에 안 되는 것을 감안할 때 중환자 중 상당수는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할 우려가 제기됩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소개한 영국 에어피니티의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해제하면 83일간 최소 1억6700만명에서 최대 2억7900만명이 감염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사망자는 130만명에서 최대 21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네이처 메디신은 중국의 백신 접종률을 감안하면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시에 6개월간 1억1200만명이 감염되고 270만명이 중환자 집중치료실에서 치료 받아야 하며, 사망자는 160만명이 될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자국산 백신만 고집하는 중국
문제는 백신입니다. 중국은 유독 자국 백신만을 허용하며 서방 국가의 백신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조차 자국 백신은 이른바 '물백신'이라거나 안전성을 믿지 못하겠다며 접종을 꺼리는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자국 백신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의 저소득 국가에 적극 지원하며 생색을 냈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수석 의료 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중국 백신은 다른 백신들의 효능 수준을 갖고 있지 않다"며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되는 mRNA 백신을 수입하라“고 제안했습니다.
중국의 80세 이상 고령자는 3600만여명이며, 이들의 백신 1차 접종률은 76.6%, 3차 이상 접종률은 40%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는 60세 이상 고령자의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과연 서구 국가의 백신 없이도 가능할지, 혹시나 받아들일지도 궁금합니다. 중국의 자존심이 걸릴 만큼 이제 와서 서방 백신 승인할 일은 없어 보이긴 합니다만 최근 독일의 요청으로 중국 내 독일인에게 독일 백신 접종이 허용될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갑작스런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과정을 중국 내에서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저우자퉁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질병통제센터장은 방역 조치를 즉각 해제하면 감염자가 2억3300만명 발생하고 20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상하이 푸단대 연구진은 중국 내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된 상황에서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6개월 내 150만명 넘게 사망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이자 현 국가합동코로나19 예방·통제 전문가그룹의 일원인 펑쯔젠은 최근 발표한 '오미크론에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에서 "어떤 정책을 펼치든 대부분의 사람은 필연적으로 한 번 감염될 것"이라며 ”중국 국민의 최종 누적 감염율은 80~90%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최고 방역 전문가로 꼽히는 중난산 원사 등의 말을 인용해 “오미크론 변이의 증상은 심각하지 않다”, “감염되도 자가 격리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이런 말을 듣지 않고 감기약, 해열제를 비롯해 자가진단키트 등을 사재기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열이 나면 병원으로 달려가 몇 시간을 기다리며 진료를 받을 정도입니다.
과연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완전 폐지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앞당길 수 있을까요?
일단은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상황을 봐야할텐데요. 그동안에도 통계를 믿지 못한다는 말이 많았지만 앞으론 PCR 검사를 받는 숫자도 줄어들 만큼 정확한 확진자 수 파악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중국이 코로나 감염자 통계를 집계하는 동안 수치를 눈여겨 봐야겠죠. 그에 따라 정책도 변할 수 있고 전 세계에 미칠 영향도 달라질테니까요.
이제 남은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도 이달 말이나 1월에 추가로 줄어들 수 있다고 하니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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