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의 법인세 인하안에 대해 거대 야당이 반대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이 당초 합의대로 15일 처리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막판 타협을 위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는 정부안을 접고 23~24%로 조정하는 수정안까지 내놓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제동을 걸고 있다.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 혜택이 일부 대기업에만 집중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어불성설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 세율을 3%포인트 인하하면 중장기적으로 약 3.4%의 경제성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동철 KDI 원장은 12일 “법인세를 감면했을 때 혜택은 한두 명의 부자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인세를 내리면 배당 증가, 주가 상승 등을 통해 소액주주 등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인세 인하안은 외려 ‘비정상의 정상화’에 가깝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서민 감세안’을 들먹이며 법인세 인하를 가로막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신들 정권 때는 세금을 잔뜩 올려놓고 그거 조금 깎아주는 것을 서민 감세라고 한다”며 “(놀부가)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고 고치려는 것”이라고 조롱할 만하다.
법인세 인하의 효과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모두 돌아간다. 정부안에는 중소기업에 10%의 특례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더구나 기획재정부가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듯이 글로벌 기업의 탈(脫)중국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은 경쟁국보다 높고 복잡한 법인세 세율 체계로 인해 기업 유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래주머니인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필수 과제다. ‘부자 대 서민 갈라치기’로 저급한 꼼수를 펴다가 경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지금 거대 야당이 할 일은 감세 정책과 규제 혁파 등으로 경제 위기의 강을 건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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