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는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훌리안 알바레스(맨체스터 시티)가 예뻐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팔로 목을 감싼 뒤 장난스럽게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격한’ 칭찬을 퍼부었다.
알바레스는 14일 카타르 월드컵 4강에서 멀티골을 뽑았다. 1 대 0 상황에서 50m 단독 드리블 끝에 넣은 팀의 두 번째 골이 첫 득점이었다. 골문 앞에서 수비수에게 차단당했다가 다시 소유권을 뺏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후반에는 메시가 열어준 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마무리했다. 앞서 선제골 때 날랜 침투로 페널티킥을 유도해 메시에게 선물한 것도 알바레스였다.
그동안 아르헨티나는 ‘메시 원맨팀’으로 불릴 때가 많았다. 이름 있는 동료들은 늘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제 역할을 못하고는 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젊은 친구들이 메시의 대업을 야무지게 돕고 있고 그중에서도 메시와 키(170㎝)가 같은 2000년생 공격수 알바레스가 특급 조력자로 떠올랐다.
축구 통계 전문 옵타에 따르면 22세 316일의 알바레스는 1958년 스웨덴 대회 때의 펠레(브라질·17세 249일)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월드컵 준결승 또는 결승에서 멀티골을 넣은 선수다. 알바레스는 또 2010 남아공 대회의 곤살로 이과인에 이어 아르헨티나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22세 이하의 나이에 월드컵 단일 대회 4골 기록도 세웠다. 5골 득점 공동 선두인 메시,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를 1골 차로 추격 중이라 득점왕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3차전과 16강 호주전에서 골을 터뜨렸다.
잉글랜드 클럽 맨시티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알바레스는 맨시티가 올 1월 이적 시장에서 리베르 플라테(아르헨티나)로부터 약 270억 원에 영입한 선수다. 영입과 동시에 임대를 보냈다가 올여름 불러들였고 9월 노팅엄전에서 프리미어리그 1·2호 골을 뽑았다. 맨시티는 월드컵 뒤 리그가 재개되면 본격적인 선두 탈환에 나서야 하는데 훌쩍 커서 올 알바레스가 든든한 공격 옵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탈리아의 유명 축구 기자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열 두 살 어린이 알바레스가 자신의 우상 메시와 수줍게 찍은 기념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10년 뒤 우상의 특급 파트너가 된 소년은 이제 그와 함께 월드컵 트로피를 가지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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