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구기관에서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2023년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기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이 일본을 넘어서는 시점을 2027년으로 예상했지만, 올해 기록적인 엔화 약세 등으로 역전 시기가 4년이나 앞당겨진다고 전망을 대폭 수정했다. 올해 대만, 내년 한국에 차례로 추월당하는 일본이 향후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 계열 경제연구소인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지난 14일 발간한 ‘아시아경제 중기 예측’ 보고서에서 일본의 1인당 명목 GDP가 2022년 대만, 2023년 한국에 따라잡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과 대만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앞서는 시점으로 각각 2027년과 2028년을 지목한 지난해 전망을 1년 만에 크게 앞당긴 것이다. 보고서는 “일본의 디지털 전환이 늦어지면서 노동생산성이 둔화되고 엔저 현상으로 달러 환산 금액이 줄어든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역전 시기가 4년이나 빨라진 배경에는 ‘엔저’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만 하더라도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9583달러(5150만 원)로, 한국(3만4940달러), 대만(3만2470달러)보다 각각 13%, 22%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해 11월 말까지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무려 20%나 추락했다. 같은 기간 원화와 대만 달러의 하락폭은 10% 안팎에 그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인당 GDP 역전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한국과 대만은 행정 등 부문에서 디지털 전환(DX)에서 앞서 노동생산성 성장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의 노동생산성은 2020년대 1인당 GDP를 약 5%포인트 끌어올린 반면, 일본은 2%포인트 향상시키는 데 그쳤다. 그 결과 한국과 대만의 2020년대 1인당 GDP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4.8%, 6.2%에 달했고, 일본은 1.3%로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보고서의 예측대로라면 아시아 대표 경제대국으로 꼽히던 일본의 1인당 GDP는 내년 아시아 신흥공업국(NIEs) 모두에게 밀리게 된다.
세계 1위의 고령화율도 일본 경제에 부담을 높이는 요소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를 기준으로 한 1인당 GDP는 여전히 일본이 앞선다. 다만 이 수치 역시 2031년에는 한국에, 2035년에는 대만에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한국과 대만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 반도체를 주목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생산에는 하드웨어 외에도 거액의 연구개발(R&D) 관련 투자가 요구된다”면서 “2020년 한국의 GDP 대비 R&D 비용의 비율은 4.8%로 세계 2위이고, 지난해 지적재산권 사용료 수입도 81억 달러에 달하는 등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돈을 버는 힘’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