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메소포타미아 법부터 현대 국제법까지 4000년 넘게 세계의 질서를 만들어 온 법체계의 역사를 문명, 제국, 사회라는 세 가지 맥락에서 다면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거의 모든 시대는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등 전역에 걸친 법의 역사를 다룬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법학·인류학·역사학·동양학 등의 연구자들이 법체계에 대한 사례 연구를 다각도로 수행한 '옥스퍼드 리걸리즘'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책은 로마법을 토대로 문명사를 살핀 후 법치가 서구 근대의 특유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회와 문화 속에 다원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는 법체계를 가리켜 단순한 규칙을 모아둔 게 아닌 사회질서와 문명을 창조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현재 전 세계 법체계의 뿌리는 메소포타미아, 인도, 중국 세 곳에서 파생했다고 말한다. 이들 세 문명의 법 전통은 전 세계에 스며들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웃 문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법에 정의구현을 위한 목적이 있었다. 살인·상해·거짓 구금·성범죄, 농업분쟁, 서약과 고발 등과 관련해 처벌과 배상을 규정하는 법을 만들었고, 이슬람법과 유대인 법, 로마법의 토대가 됐다. 인도의 법은 종교적 목적이 강했고, 브라만교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의무의 부과가 많았다. 중국 법은 황제의 권력과 통제 도구로서 활용됐고, 규율의 질서로서 성격이 강조된다.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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