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의 사상 유례 없는 ‘증액 없는 본예산 의결’에 대해 시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강기정 시장이 “예산 심의권의 남용”이라며 참담한 심경으로 하소연 한 배경에는 고스란히 피해는 시민들에게 향할 수 밖에 없다는 그의 진성성이 묻어나 보인다.
“많이 아쉬워하고 착잡해 한다”는 광주시 공무원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이번 사태로 주요 현안사업에도 차질이 예고되면서 강기정 시장과 집행부, 의회 간 갈등 해소를 위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성토의 장으로 변모한 본회의장
지난 14일 광주시의회 본회의장에는 강기장 시장의 성토의 목소리가 강하게 울려 퍼졌다.
광주시의회는 이날 제312회 본회의를 열고 민선 8기 광주시가 편성한 첫 2023년 예산에 대해 180개 사업, 총 2090억 원을 삭감한 7조1102억 원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강 시장은 본회의장에서 예산안이 통과된 직후 “의회 예산 심의권의 남용이라 생각한다”며 “의원 여러분들이 요구한 예산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시 집행부가 충분히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풀이식 예산 삭감을 한 것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시의회는 협상을 통해 의견 접근이 된 예산도 전액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민선 8기의 새로운 공약사업과 시민께 약속드렸던 사업들에 대해서 전액 삭감되거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무엇보다 강 시장은 “이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의회에 있다”며 “그 피해는 온전히 시민이 받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반면 시의회는 오히려 예결위 단계에서 시에 증액을 요구한 자치구 민원성 도로개설 사업 등을 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부동의 하면서 예산 반영이 무산됐다는 입장이다.
◇현안 사업 차질 우려
결국 아쉬움을 표출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예고 없던 ‘반차’를 낸 것으로 알려진 강 시장은 15일 정상 출근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하루 빨리 마음을 잡고 시민들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시의회와의 갈등은 주요 현안사업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대표적으로 최근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상황에 이를 대비하기 위한 예산도 집행하지 못하게 됐다. 광주시는 가뭄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황룡강 취수와 물차 임대 비용 190억 원과 생수 구입비 50억 원 등 240억 원을 편성했지만, 전액 삭감됐다. 내년 3월 제한 급수가 불가피하다는 우려 속에 시민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노후 가로등을 교체하기 위한 사업비 15억 원도 전액 삭감이다. 예산이 없어 고장 시 교체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직면했다. 시민들이 야간 보행 시 불편함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강기정 시장이 야심차게 진행한 공약인 청년 창업 지원 사업도 줄줄이 삭감됐다.
광주시는 시의회 상임위에서 삭감된 청년 창업 페스티벌 5억 원과 지역 유니콘 육성프로그램 10억 원, 창업 테스트베드 실증지원 30억 원 등 45억 원을 예결위에서 부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삭감됐다.
K뷰티를 세계화하기 위해 책정한 9억9000만 원도 전액 삭감이다. 여기에 노후한 5·18 구묘역을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책정한 5·18구묘역 성역화사업 예산 3억9000만 원도 백지화 상태다.
시의회 역시 광주시에 109건에 달하는 증액 예산을 요구했지만, 결국 협상이 실패하면서 예산 반영을 하지 못했다.
광주시와 시의회의 갈등 상황을 언론으로 접한 한 시민은 “이제 막 시작한 민선 8기 인데, 무조건 적인 반대(시의회)는 오히려 여론이 악화 될 수 있다”며 “갈등이 골이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어오는 만큼, 하루 빨리 해결책 마련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의회는 광주시가 사업에 대한 계획을 다시 철저히 준비한다면 추가경정예산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긴 만큼, 해결책 마련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