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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 노동개혁으로 경제 살린 獨…'철의 3각형'에 발목 잡힌 韓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변화 기로에 선 민주노총

文정부 5년간 勞로 더 기울어진 운동장

노동운동 진정성은 사라지고 툭하면 파업

韓 최근 10년 근로손실일수 年 38.5일

日 0.2일·美 8.8일 등 주요국보다 높아

노조 리스크로 기업 타격·국가경쟁력 약화

정부 원칙 대응에 국민들 의식도 바뀌어

기업·시민 볼모 명분없는 파업 지지 못받아

극단적 노동운동 미래 없어 환골탈태 해야





한국 경제가 미증유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꼭지까지 찬 가계부채, 부동산 거래절벽, 480억 달러로 예상되는 올해 무역수지 적자 등이 한국 경제를 옥죄고 있다. 노동계가 파업해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총체적 위기 상황인 지금이 역설적으로 ‘파업의 적기’다. ‘놀랍게도’ 민주노총은 그 길을 선택했다. 민주노총은 11월·12월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산업의 숨통을 끊겠다’고 했다.

민노총의 치명적 과유불급, ‘정치 지향과 폭력성’



‘새는 양 날개로 난다’라는 비유가 가장 적확(的確)하게 적용되는 곳이 노사 균형이다. 생산은 기본적으로 노동과 자본을 결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한쪽 날개가 꺾였다. 이른바 ‘노(勞)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에서 구조화되고 심화됐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문제는 ‘극단적 지나침’이다. 민주노총이 보여준 ‘정치 지향성과 폭력성’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노동운동’과 큰 괴리를 보여왔다.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하에서 ‘괴물 노조’의 형태를 보인 것은 ‘자신들의 지지와 기여’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치명적 오만은 ‘코로나 팬데믹’이 진행 중이던 2021년 7월 3일 서울 도심에서 불법 집회를 강행한 데서 여실히 드러났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촉발되는 계기로 지목됐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 뒤 10월에 불법 집회를 재차 강행했다. 온 국민이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해 준비하던 민감한 때 집회를 밀어붙였다. 민주노총은 ‘주한미군 철수, 민족의 자주, 평화, 대단결을 위한 남북노동자대회’ 등을 주장하면서 ‘반(反)대한민국’ 성향을 노골화했다. ‘노동조합의 외피(外皮)’를 입고 반체제 정치운동을 한 것이다.

무지에 선동이 더해진 정치 현실



한국의 현실은 민주노총이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비옥한 토양을 제공했다. 맹목과 선동이 그것이다. 12월 10일 더불어민주당의 모 의원이 올린 페이스북 포스팅은 충격적이다. 요지는 “화물 노동자들이 눈물을 삼키며 보름간의 파업을 접었다. 피해액이 3조 5000억 원이 넘는다는 정부 말대로라면 화물 노동자들이 보름 동안 일하면 3조 5000억 원의 가치를 생산해낸다는 뜻 아닌가. 그 정도로 큰 기여를 하는 이들에게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현금 운송 차량이 100억 원을 운반했으면 100억 원을 생산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은 여기까지다.

툭하면 파업,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잦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위험수위를 넘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2~2021년 한국의 임금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근로 손실 일수는 38.5일로 일본(0.2일), 영국(12.7일), 미국(8.8일), 독일(8.3일) 등 주요국에 비해 크게 높다. 근로 손실 일수는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 수에 파업 시간을 곱해 1일 근로시간(8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노동자가 1000명인 가상 기업의 경우 “평균적으로 한 달 이상 조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업이 잦아지면 ‘파업 다발 국가’로 낙인찍혀 외국자본의 투자 기피 대상이 된다. 이른 바 ‘노조 리스크’가 현실화된다. 자금 조달 등은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사전에 대처할 수 있지만 강성 노조 리스크는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결국 한국을 이탈하게 된다. 노조 리스크는 투자의 순유출을 유발한다.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면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ODI)가 늘고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FDI)가 줄어 그만큼 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간다. 문재인 정부 들어 파업 건수는 크게 증가했고 투자의 해외 순유출 역시 크게 증가했다.



이번 동투(冬鬪)에서 프리드먼의 ‘철의 3각형’이 연상되는 이유



밀턴 프리드먼의 ‘철의 3각형’은 ‘정치인과 관료, 이익집단’ 간에 형성되는 결탁 관계를 말한다. ‘철의 3각형’으로 규제가 만들어지고 정부 예산이 팽창한다는 것이다.



이번 동계투쟁에서 ‘민주노총·화물연대·민주당’은 3각형의 꼭짓점을 이루면서 결속했다. 민주노총은 외곽 단체인 ‘화물연대’를 전면에 포진시켰다. 화물연대 소속 기사를 고용한 고용주가 없기 때문에 화물연대는 노조일 수 없지만 민주노총의 조직을 매개로 ‘유사 노조 조직’처럼 움직였다. 민주노총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행동 대원으로 화물연대의 화력을 십분 활용했다.

민주노총 변신의 마지막 기회,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한국 증시에서 상징적 사건이 일어났다.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스틸리온’의 주가가 11월 30일 상한가로 치솟고 12월 1일에도 12% 이상 급등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포스코지회가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을 등에 업은 과도한 파업이 기업에 얼마나 타격을 줬는지를 웅변으로 보여준 것이다.

민주노총의 전성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노동운동의 변곡점이 관찰된다. 이번 동투가 사실상 실패한 것은 MZ세대인 젊은 노조원들의 반발로 명분 없는 정치 파업이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단 하루 만에 끝난 지하철 파업 전후로 교통공사 사내 게시판에는 “정치집단이면서 회사 때문에 파업한다고 하지 마라”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현대제철·현대중공업·대우조선은 총파업에서 빠졌다. 시민들의 달라진 의식도 큰 역할을 했다. 시민 불편을 볼모로 한 비합리적인 파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에 신세를 지지 않은 정부의 ‘원칙 대응’이다. 좌파 진영은 노동운동을 ‘억강부약’의 시각으로 본다. 노동자의 처지 개선을 위한 비용을 상대적으로 처지가 나은 자본가가 부담하라는 것이다. ‘결과의 평등’을 지향하는 정책은 실패할 소지가 크다.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자유가 억압되고 기회의 평등이 살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의 평등’은 모든 사람이 경주의 결승선에 ‘나란히’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처럼 “모두 이겼으니 모두 상을 받자”는 것이다. 결과의 평등은 허구다.

유럽의 병자에서 탈출한 독일의 사례



노동 개혁과 노조를 논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사례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다. 독일은 1990년 통일되기 전까지 주변국에 비해 견실한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혹독한 통일 비용을 치르고 ‘유럽의 병자’로 전락했다. 1991~2002년 독일은 나 홀로 저성장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영국은 같은 기간 1.80배 성장했지만 독일은 1.4배 성장에 그쳤다. 사민당 내 ‘현대화론자’들이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한 이 개혁을 위해 슈뢰더 정부는 많은 공을 들였다. 독일의 슈뢰더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하르츠 개혁(2003~2005년)’을 단행했다. 그 결과 2002~2011년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1.41배로 가장 높았다. 프랑스(1.34배), 네덜란드(1.38배), 영국(1.29배)을 넘었고 미국(1.41배)에 필적했다.

독일 경제가 회복세를 보인 데는 좌파 사민당 소속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우파식 개혁이 주효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사회의 희생 위에서 일하지 않으며 쉬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어젠다 2010’에서 밝혔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재취업의 의지와 근로 능력’에 맞춰 실업급여를 재편해 실업자의 노동시장 유입을 유도했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기업의 노동 수요가 제고되면서 독일 경제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개혁은 고통을 수반한다. 인기와는 무관하다. 하르츠 개혁 이후 2005년 9월 치러진 총선에서 슈뢰더 총리는 패배했다. 집권한 ‘기독교민주당’은 ‘어젠다 2010’의 기조를 유지했다. 하르츠 개혁으로 독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를 극복하고 유럽 맹주 자리를 굳혔다. ‘정권’보다 ‘국가의 개혁’이 우선이라는 슈뢰더의 살신성인에 노조의 협조가 없었다면 지금의 독일은 없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하르츠 개혁에서 변신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새는 양 날개로 난다. 건강한 사용자와 건강한 노조의 결합이 위기에 처한 한국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조동근 명예교수는…자유주의 경제학자로, 후학과 대중에 ‘자유주의 이념’을 소개·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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