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제품 조립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중국 반도체 대기업 칭화유니에 대한 ‘투자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1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폭스콘은 전날 밤 대만 증시에 중국 자회사 싱웨이가 최소 53억 8000만 위안(약 1조 98억 원)에 해당하는 칭화유니 지분을 매각하는 데 합의했다고 공시했다.
폭스콘은 이날 성명에서 “연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투자는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며 “투자 계획에 대한 추가 지연이나 영향에 따른 불확실성을 방지하고 자본의 유연한 배치를 위해” 싱웨이가 칭화유니 보유 지분 전량을 옌타이 하이슈로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전이 마무리되면 폭스콘은 더는 칭화유니에 간접적으로 어떠한 지분도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폭스콘은 지난 7월 공시에서 사모펀드 출자 방식으로 칭화유니에 53억 8000만 위안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는 칭화유니 전체 인수 자금의 거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사모펀드인 베이징즈루자산관리와 베이징젠광자산관리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은 파산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간 칭화유니를 600억 위안(약 11조 2600억 원)에 인수해 새 주인이 됐다.
베이징즈루와 베이징젠광은 민간 사모펀드다. 그러나 실제 인수자금을 댄 곳에 중국의 여러 지방 정부와 국유 기업이 대거 포함돼 있어 중국 당국이 칭화유니 살리기에 직접 나섰다는 것이 시장의 해석이었다. 폭스콘의 칭화유니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역시 당국의 전략 기업 살리기에 대한 동참 행위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폭스콘의 이 같은 투자가 대만 당국의 승인을 얻지 않고 이뤄졌고, 이에 대만 정부가 폭스콘에 2500만 대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만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로이터 보도로 알려졌다. 대만 국가안전회의(NSC)와 중국 담당 당국인 대륙위원회의 관료들은 해당 투자를 국가안보 문제로 다루며 투자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최악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대만 정부는 중국으로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 법은 정부가 ‘국가 안보와 산업 발전에 대한 고려를 근거로’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시정될 때까지 반복해서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대만 정부는 첨단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짓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폭스콘이 친중 성향의 대만 거부 궈타이밍이 창업한 회사인 데다 중국 본토를 중요한 사업 기반으로 삼아 성장했다는 점에서 대만 당국이 이번 투자를 주의 깊게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칭화유니는 반도체 설계·제조사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업체다. 칭화유니그룹은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시도하는 등 중국 안팎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막대한 빚을 안게 됐고, 파산 위기에 몰려 새 주인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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