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봉하는 영화 ‘영웅’은 ‘쌍천만 감독’ 윤제균의 첫 뮤지컬영화이면서 원작 뮤지컬의 주역인 배우 정성화가 다시 안중근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새로움과 익숙함이 공존한다. 두 사람을 지난 12일과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각각 만났다.
◇윤제균 “리얼함에 초점… 재미·웃음도 있다”=‘영웅’에서 안중근은 의거 직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내 꿈도 끝났습니다”라는 독백으로 시대의 흐름에 최소한의 인간적 소망도 버려야 했던 고민을 드러낸다. 윤제균 감독은 “영화화를 생각한 건 의거 뒤 안중근의 인간적 면모를 다룬 장면들 때문이었다. 어머니와의 이야기가 마음을 흔들었다”며 “저격하면 죽을 것을 알면서도 그는 결심했고, 지금까지 유해도 못 찾고 있는 게 너무 죄송해서 영화화하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만들며 원작 관객이 실망하지 않고, 세계 시장에 부끄럽지 않게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안중근 역할에 정성화 외에 대안은 없었고, 투자사의 반대에도 읍소로 성사시켰다. 윤 감독은 “그만큼의 압도적 카리스마, 가창력으로 연기할 배우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시사회에서 뮤지컬 장면마다 박수가 나오는데 가슴이 벅찼다. 첫 장면부터 박수가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원작자인 윤호진 에이콤 대표도 ‘보며 많이 울었다, 잘 만들어줘 감사하다’고 연락해 왔다고 한다.
그는 “무겁기만 한 게 취향이 아니라서” 넣었다는 코미디 장면을 비롯해 영화 속 독립군 배역들의 인간적 모습을 전한다. 뮤지컬 장면은 조마리아 역의 나문희가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울며 부른 장면을 비롯해 리얼함에 초점을 뒀다. 윤 감독은 “잘 부른 버전이 있었지만 안 썼다. 감정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게 중요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영화 속에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 메시지도 상당부분 집어넣었다며 “곱씹어보면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특히 학생들이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중간에 재미, 웃음, 감동이 있으니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화 “후회없이 찍었다… 안중근이어서 영광”=배우 정성화의 대표작은 뮤지컬 ‘영웅’이지만, 본인은 영화화 소식을 접했을 때 캐스팅 가능성을 “6~7% 품었다”고만 한다. 하지만 윤 감독은 그를 선택했다. 정성화는 “다 쏟아붓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며 “뮤지컬 ‘영웅’에 누가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움도 앞섰지만, 후회 없이 찍었느냐 묻는다면 단연코 그렇다”고 말했다. 한 달 만에 9㎏ 이상 감량했고, 촬영장에서 흐느끼는 소리 하나하나도 싱크를 맞춰서 라이브로 불렀다. 특히 마지막 ‘장부가’를 부를 때는 재촬영 포함 30회의 테이크를 가져가면서 “무아지경이 될 정도로 몰입했다”고 했다.
포스터를 비롯해 작품 속 정성화의 모습은 실제 안중근과 흡사하다는 평가가 많다. “안중근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영광”이라는 그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실제 삶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뭐 잘못한 건 없나’ 하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는 ‘영웅’이 한국 뮤지컬영화의 본격적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리 뮤지컬영화도 시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빨래’ 같은 영화화되면 좋을 국내 창작뮤지컬이 많다”고 당부했다. 그는 21일 9번째 시즌을 여는 뮤지컬 ‘영웅’에서도 안중근을 연기한다. 그는 “진정한 ‘원 소스 멀티 유즈’”라며 “영화를 찍으며 조금은 부드럽고 관객 친화적 안중근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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