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대통령실·관저 이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직권남용 등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 대표와 관련 코바나컨텐츠 후원 업체가 대통령 관저 공사를 맡았다는 의혹에 대한 감사다. 전임 문재인 정부 관련 의혹들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보던 감사원이 현 정부를 향한 감사 실시 결정을 대외적으로 밝힌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참여연대 및 감사원 관계자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14일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를 열고 참여연대와 시민들이 청구한 국민감사를 부분적으로 실시키로 했다. 앞서 지난 10월 참여연대는 대통령실 이전 과정을 두고 불거진 직권남용, 공사 특혜, 재정 낭비 등의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지난 8월에는 김 전 대표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후원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대통령실 관저 공사를 맡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감사원 공문에 따르면 감사원은 청구 내용 가운데 △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직권남용 등 부패행위 △ 건축 공사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국가계약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만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 밖에 △ 이전 비용 추계·책정·집행과 관련한 불법성 및 재정 낭비 의혹 △ 대통령실 공무원 채용 과정의 적법성 여부 관련 청구에 대해서는 각각 기각과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감사원은 우선 대통령실 이전에 배정된 예산 496억 원 이외에 참여연대 측이 주장한 이전 비용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감사원은 기존 배정된 예산은 기획재정부 승인 및 국가재정법상 절차를 거쳐 편성·집행했다면서 "어떤 비용까지 이전 비용에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감사 대상으로 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또 영빈관 신축 등 2023년도 예산편성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참여연대가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서도 해당 항목은 국무회의와 국회를 거쳐 편성된 예산안으로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사 대상으로 하기에 부적절하다"며 기각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감사 착수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연간 감사 계획이 새로 수립되는 내년 1월께 감사 일정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감사 관련 질문에 "감사원은 독립적 헌법기관이다. 감사원 감사 결정에 대해 저희가 논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감사원이 결정한 사안이고, 감사가 만약 진행된다면 최대한 협조를 할 예정"이라며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여러 차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전 절차가) 진행됐다는 점을 설명드렸다"고 말했다.
다만 야당은 반발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감사 항목 중 기각, 각하 한 사항에 대한 이유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대통령실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이 이미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났고,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국회와 시민들의 요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시간만 보내며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감사청구에 대해서도 '관계기관 사실 확인'이라는 이유를 대며 법정 기한을 한참 넘기고서야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했다. 그런데 그렇게 내놓은 감사 결정도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쏘아붙였다.
국민감사청구를 낸 참여연대도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원의 감사 과정을 철저하게 감시하겠다"며 "감사원이 기각하거나 각하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소송 등 불복절차를 진행할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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