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물건만 가로채는 ‘제3자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구매자는 물건을 받지 못하고, 판매자는 사기 가해자로 몰려 계좌가 정지된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중고거래 플랫폼에 20돈 순금 팔찌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A씨는 연락을 준 B씨를 만나 당일 팔찌를 건네고 그 자리에서 643만원이 계좌로 입금된 것을 확인한 뒤 귀가했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난 뒤 A씨는 거래를 한 계좌가 정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B씨가 전혀 모르는 C씨의 계좌를 이용해 돈을 입금했고, C씨가 A씨를 사기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A씨는 C씨와 접촉하고 나서야 두 사람 모두 ‘3자 사기’의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3자 사기는 주로 고가 상품권, 순금 등 환금성이 좋은 상품 판매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대표적으로는 판매자에게 거래 의사를 밝힌 뒤, 동시에 제3자에게 동일한 물건을 판다며 실제 판매자에게 입금하도록 해 판매자의 물건만 가로채는 수법이 사용된다. 사기 용의자가 보이스피싱을 통해 물품 판매자에게 돈을 입금하도록 한 뒤 잠적하는 수법도 흔하다.
이번 사례를 보면 거래를 희망한다며 나타난 B씨는 피해자 C씨에게 자신 대신 판매자 A씨의 계좌로 돈을 입금하게 했다. 이후 A씨는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의심 없이 금팔찌를 건넸고, B씨는 이를 가로채 달아난 것이다. 물품을 받지 못한 C씨는 입금한 계좌의 주인인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A씨와 같은 피해 판매자는 정상적인 거래를 했음에도 피의자로 몰려 은행 계좌까지 지급정지되는 등 여러 부가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사기 피의자로 계좌가 지급정지될 경우 해당 계좌를 포함한 모든 계좌의 비대면 거래를 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A씨는 경찰서에 출석해 범죄행위가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그가 피해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A씨는 연합뉴스에 “아무런 의심 없이 거래했고, 입금 사실도 확인했기에 거래 이후 (거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채팅 내역도 이미 지워서 거래 장소 인근의 CC(폐쇄회로)TV라도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며 “갑자기 계좌가 정지된 피해자인데 무고함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고 억울함을 털어놓았다.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신고된 계좌는 지급정지 처리가 된다. 다만 2개월 이내에 지급정지한 은행에 이의 제기를 하면 검토 후 지급정지가 해제될 수 있다.
그러나 범죄 혐의가 없음을 증명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A씨의 경우에는 이의 제기를 해도 계좌 지급정지가 해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얼마 전 문화상품권을 판매하고 계좌가 지급정지된 D씨는 “은행에 이의제기 신청을 했더니, 경찰조사 결과 범죄에 활용된 계좌가 맞을 경우 지급정지 신청자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다면서 반려했다”며 “지급정지 조치 자체가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김태연 태연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계좌 입금내역이 있을 경우 잠재적 피의자로 보이기에 우선 지급정지 조치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은행에 거래 중지에 대한 이의제기를 해야 하는데, 보통은 한두 번 정도 경찰조사를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범죄혐의가 없다는 확인서가 나오면 거래 중지가 해제된다. 이 과정이 7개월까지 걸린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3자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현금으로 거래를 하거나, 계좌가 지급정지된 이후라면 은행에 최대한 빨리 이의제기를 통해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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