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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車 산업 옥죄는 노조법 개정안

■유창욱 산업부 기자


“회사는 ‘열중쉬어’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법안입니다. 노조의 불법행위까지 지켜만 봐야 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누가 기업을 하려 할까요.”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 자동차 업계의 고위 임원이 밝힌 솔직한 심경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은 노조가 불법행위를 벌여도 사측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게 규정했다. 노사 대립 상황에서 사측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권을 없애자는 것과 같다.

노조의 조직력이 강한 자동차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노조가 불법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 현장의 불법적인 행태가 정당화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완성차 업계에서는 회사가 조합원의 불법행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노조의 집요한 요구에 굴복해 소송을 취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테이블에 소송 취하를 안건으로 올리기 때문이다. 사측은 교섭을 매끄럽게 마무리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소송 취하에 합의하곤 한다.

야권은 과도한 손해배상으로 노조 활동이 차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적어도 대기업 노조는 막강한 단결력을 바탕으로 이미 사측과 대등한 수준의 협상력을 누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돼 노조의 불법행위까지 용인되면 산업 현장의 노사관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밖에 없다.



여야 간 이견이 있고 논란이 예상되는 입법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지만 이번에도 야권이 수적 우위로 법안을 강행 처리할 조짐이 보인다. 국회의원은 이 법안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2년 뒤 정치권을 떠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법안이 산업 현장에 가져올 혼란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쉽게 바로잡기도 어렵다. 이런 법안에 휘말리지 않아도 자동차 산업 앞에는 전동화 전환, 고용 안정, 생산성 강화 등 당면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책임질 수 없는 입법으로 혼란함을 부추길 정도로 산업 현실이 한가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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