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형 여행사들의 매출은 대부분 우리 국민의 해외 관광(아웃바운드)에서 나온다. 물론 매출에서 외래 관광객의 방한 시장(인바운드)과 우리 국민의 국내 관광(인트라바운드)도 있기는 하지만 모두 작은 비중이다. 글로벌 인적 교류가 막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이 여행사들이 괴멸적인 타격을 받은 이유다.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이 중지되면서 이들 회사의 매출은 폭락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 여행사들은 여전히 팬데믹에 따른 손실보상은 받지 못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정부는 당시 여행업계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서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이유를 든다. 이로 인해 여행사들의 불만은 커졌다.
문제는 좀 더 복잡하다. 이 주요 아웃바운드 여행사들은 우리 국민의 해외 송출로 돈을 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이는 여행수지 적자 요인이다. 팬데믹 해소와 함께 다시 우리 국민의 해외 관광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외래 관광객의 입국 속도는 늦다.
올 들어 1~10월 기준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220만 명인 반면 약 두 배인 412만 명의 우리 국민이 해외로 나갔다. 같은 기간 여행수지 적자는 무려 63억 1000만 달러(약 8조 2000억 원)를 기록했다. 적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나 증가했다.
정부는 12월 12일 2023년부터 2027년까지의 국가 관광 정책을 규정한 ‘제6차 관광진흥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당연히 진흥 대상은 일종의 ‘수출’인 외래 관광객 유치와 ‘내수’인 우리 국민의 국내 관광 분야에 집중됐다. 반면 아웃바운드 여행사들은 소외됐다. 겨우 ‘국외여행 안전강화’ 등에서 이들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해당 여행사들로서는 차라리 ‘기대가 없었다’는 쪽이다. 국민 개인으로서도 해외여행을 신나게 즐기지만 여행수지 적자에 대해서는 편치 않은 이중적인 감정이다. 누구나 어릴 때부터 관념상으로나마 ‘수출’은 좋은 것이고 ‘수입’은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전문가들은 여행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방법은 결국 국내 관광 시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국내 관광 시장이 좋아질 경우 인바운드 수요를 늘리면서 덩달아 아웃바운드 수요는 줄일 수 있다. 인트라바운드를 늘려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이다.
여행사들에는 해외 사업 강화를 주문한다. 우리 국민을 해외에 송출하는 기존의 방식에만 머물지 말고 해외로 적극 진출해 외국인들의 여행을 중개하는 글로벌 사업을 하라는 것이다. 미국의 익스피디아나 중국의 트립닷컴, 홍콩의 클룩 등이 우리나라에서 이미 하고 있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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