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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축구 대표팀 감독 연봉의 경제학

■박철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고임금 앞세워 인재 유치한 기업

생산성·이윤 높아져 결국엔 이득

새로 뽑을 韓축구 대표팀 감독도

최대 보상 내걸고 적임자 찾아야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든 2022년 월드컵 축구 대회도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한국 대표팀도 선전해 16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보였으나 강호 브라질을 만나 16강 진출로 만족하며 대회를 마쳤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이제 4년 후 북중미 월드컵을 향해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하는 출발선에 다시 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사임으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새로운 출발의 시작은 새 감독의 선임일텐데 감독 선임을 앞두고 여러 가지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사실 여부는 모르겠으나 감독의 애국심을 중요한 기준으로 봐야 한다거나, 이번에는 내국인이 감독이 돼야 한다거나, 이번에도 외국인 감독이 좋을 것 같다는 여러 가지 설 중에서 경제학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감독 연봉 10억설이다.

필자는 대한축구협회의 재무 상태를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새 감독의 연봉으로 얼마의 예산을 책정할 수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가 국내 스포츠 단체 중에서 살림 규모가 가장 크고 이번 월드컵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스폰서들의 자금 지원 규모가 향후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새 감독의 연봉을 지난 감독 연봉보다 낮은 수준으로 미리 정하고 상대적으로 싼 감독으로 후보군을 한정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경제학에서 효율적 임금가설(efficient wage hypothesis)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 가설의 골자는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고 그들로부터 충분한 노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시장 임금보다 높은 임금 수준을 제시할 유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균형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제시하는 기업에는 우수한 재능을 가진 지원자가 모이고 우수한 후보 중에서 채용된 사람들은 높은 임금을 받기 때문에 해고의 기회비용이 커 자발적으로 더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이 노동시장에서 고용의 행태를 어느 정도 잘 설명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 유명한 연구 사례가 1914년 미국 자동차 회사인 포드사의 일당 5달러 도입이다. 당시 시장 임금의 두 배를 웃도는 임금을 제시했더니 포드사 취직을 원하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종국에는 포드사의 생산성과 이윤을 높였다는 것이다.

효율적 임금가설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흔적은 한국의 역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신라가 고구려·백제와 경쟁하고 통일하는 시기에는 무장들의 공에 따라 무장 본인에게 또는 남은 유족에게 계급을 높여주고 큰 상을 하사했다는 이야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백제와의 접경지역 출신 무장인 소나는 신라 통일 전쟁 시기에 말갈의 침입을 받고 용감히 맞서 싸우다가 전사했다. 당시 국왕이었던 문무왕은 소나의 소식에 감명을 받고 ‘잡찬’을 추서했다고 한다. 원래 진골 귀족만이 받을 수 있는 관등인 잡찬을 진골 귀족도, 경주 지역 출신도 아닌 지방 출신인 소나에게 추서했다는 점에서 이 보상은 파격적이었다. 당시의 계급제도를 이해한다면 지금 봐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신라의 이러한 보상 체계가 전투에서 무장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노력을 끌어내 삼국 통일의 기반이 됐고 또 삼국이 통일됐기에 다시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있는 선순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라는 국운이 다한 후대에 이르러 화끈한 보상 체계로 인재를 포용하지 못하는 지배층의 인색한 태도가 나타난다. 장보고·최치원 같은 걸출한 인물들을 체재 내에서 파격적으로 등용하지 못하더니 결국 쇠락의 길을 걸었다.

4년에 한 번 축구에 열광하는 사람으로서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자질을 갖춰야 하는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경제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싶다. 협회의 예산이 허용하는 한에서 16강 진출, 8강 진출 등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포함하는 최대의 보상을 제시하고 그에 관심 있는 후보자 중에서 적격자를 찾는 것이 값싼 후보자 중에서 감독을 찾는 것보다 나은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역사와 경제 데이터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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