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발표된 경제전망 보고서 때문에 금융시장이 다시 휘청이고 있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발표치가 예상보다 낮았던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 폭 축소가 기대돼 시장에 낙관론이 퍼진 가운데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 전망치가 9월보다 무려 0.5%포인트나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이 전망치가 현실화한다면 연준의 기준금리 상단은 내년 중 5.25%에 이를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언급했듯이 내년 중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이 같은 연준의 결정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11월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 직후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의견이 대체로 3.5%에 모아졌다고 언급했다. 만약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3.5%에서 멈춘다면 한미 금리 차는 무려 1.75%포인트에 이를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미 금리 역전은 세 번 발생했다. 외환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던 2000년 전후, 미국의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직전부터 직후까지, 그리고 코로나19 위기 직전이다. 그러나 한미 금리 역전에도 주식과 채권을 합한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은 순유입을 기록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외환위기 이후 한미 금리 격차가 1.5%포인트를 초과한 적은 없었다. 또 올해 연간 무역수지가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고 무역적자 규모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 우려를 더한다.
한미 금리 격차가 1.75%포인트까지 벌어질 때 자본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해도 환율 상승은 감수해야 할 수 있다. 지난 세 번의 금리 역전기 중 미국 경제가 휘청거렸던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제외한 나머지 두 경우 환율은 10~12% 상승했다. 더욱이 지금은 미국뿐 아니라 주요국들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을 지속하면서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 경제 침체기에 안전자산으로서 달러화 수요가 높아진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은 더 오를 수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액을 늘려 무역적자를 더 확대시키고 수입물가를 올려 추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향후 한은의 최종금리 수준도 3.5%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한국 금융시장의 상황이다. 한은이 유례없이 6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긴축의 고삐를 조이자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금융시장이 삐걱거리고 있다. 우선 법정 최고금리가 고정돼 수익 창출은 제한적인 가운데 예금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경영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특히 2금융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높아 부동산 시장 침체와 함께 부실이 본격화하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앞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돼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속출하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채권시장 신용 경색도 재발할 수 있다.
물가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우선 순위는 물가 안정일 수밖에 없으므로 금융 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금융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2금융권의 영업 환경 개선을 위해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에 연동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부실한 부동산 PF 및 한계기업 대출 현황을 바탕으로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실 대출 급증이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금융기관의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 확충을 유도하고 부실한 부동산 PF와 한계기업의 사업 정리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제 금융 당국의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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