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시장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 여파로 얼어붙은 가운데 기존주택 매매건수가 역대 최장 기간인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가파르게 오른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로 수요가 쪼그라들며 ‘거래 절벽’이 심화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11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가 전월 대비 7.7% 감소한 409만 건으로 집계됐다고 21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는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이자 팬데믹 초기 전면 봉쇄 기간을 제외하면 12년 만에 가장 적은 매매량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5.4% 급감했다. 이로써 올해 2월 이후로 이어진 매매 하락세는 1999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장기 기록을 경신했다.
집값 역시 올해 6월에 역대 최고 수준 (41만 3800달러)을 기록한 뒤 5개월 연속 떨어졌다. 지난달 판매된 기존주택의 중위가격은 37만 700달러로 10월(37만 8800달러)보다 하락했다. 주택 공급 부족 때문에 여전히 전년 동기보다는 3.5% 높은 수준이지만 2020년 이후 가장 작은 상승폭을 보이며 1년 전과의 가격 격차를 점차 좁히는 모양새다.
미 주택시장의 침체는 급등한 모기지 대출금리로 가중된 비용 부담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지난해 말 3.1%에서 지난달 초 7% 이상까지 뛰어올라 2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기지 금리의 기록적인 상승세로 매달 상환해야 하는 비용이 수백 달러 가까이 늘어나게 됨에 따라 첫 주택 구매자들이 방관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런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2020년 코로나 경제 봉쇄 기간 동안과 비슷한 수준으로 11월에 냉각됐다”며 “모기지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주택 구입 능력이 떨어지고 주택 소유자가 주택을 팔려고 내놓는 인센티브도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냉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모기지 금리는 지난달보다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작년의 두 배 수준”이라며 “연준의 추가적인 기준 금리 인상에 따라 주택 부문이 내년까지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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