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교육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교사는 가해 학생 측이 합의를 파기했다며 고소했고, 학생 측도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맞고소를 준비 중이다.
전북도교육청은 군산의 한 중학교 3학년 A군이 수업 시간에 기간제 B 교사의 얼굴 등을 마구 때려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지난달 9일 A군은 특별활동 시간에 영화를 상영 중인 특별실로 불쑥 들어가 친구를 불러냈다. 이 수업을 담당하던 B교사가 복도로 데리고 나가 수업을 방해한 것을 나무라자 A군은 교사의 얼굴을 주먹 등으로 여러 차례 때렸다. B교사는 얼굴과 코, 턱, 이마, 이, 목 등을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전치 2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
이후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와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교사는 △정중한 사과 △치료비와 위자료 등 300만원 보상 △학교 정상 근무 등을 요구했고, 학생의 부모와 학교 측이 모두 합의했다.
그러나 최근 가해 학생의 부모는 “교권보호위원회와 조정위원회에 참석한 교사들이 한결같이 아들의 잘못을 주장해 당시에는 어쩔 수 없이 합의한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그러면서 “교사가 20분간 아들을 복도에 세워두고 폭언을 하고 멱살을 잡아 맞대응 차원에서 폭행했는데 일방적 가해자로 몰렸다”고 호소했다.
B교사는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있어서 멱살을 잡을 수도 없었으며 욕설한 적도 없다”고 반박하며 “10여 명의 학생이 보는 앞에서 무차별적으로 6대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모와 학생이 ‘죄송하다. 한 번만 봐달라’고 해서 합의했는데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해서 오늘 아침에 치료 사진 등을 첨부해 경찰서에 상해 폭행으로 고소했다”고 덧붙였다.
교사와 학생 부모 간 맞고소가 예상되자 학교 측과 도교육청은 이 사안을 다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가해 학생에게는 학교 봉사, 출석정지, 전학, 퇴학 등 1∼7호로 정도에 따라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단, 전학이나 퇴학 같은 중징계는 사안이 여러 차례 반복됐을 때 내려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교사는 처벌 중심이 아니라 교육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면서 “이번 사건도 그런 관점에서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계에선 갈수록 교권침해가 심각해지고 있어 교권회복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지난 9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교권침해 사례는 2018년 2454건, 2019년 2662건,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2020년 크게 감소한 바 있으나 이후 다시 증가했다.
교권침해 가해 연령이 낮아지고 범죄 수위도 흉포화되고 있다. 지난해 교권 침해 2269건 중 53.9%(1222건)은 중학교에서 발생했다. 고등학교가 803건(35.4%), 초등학교 216건(9.5%)이 뒤를 이었다. 유형별로는 모욕·명예훼손이 1215건(57.6%)으로 가장 많았고, 상해폭행 229건(10.9%), 성적 굴욕감,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205건(9.7%)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교사들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으나 체감할 수 있는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준영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학교의 장과 교원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령과 학칙에 따라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면서도 “법이 마련됐다고 해서 극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없기 때문에 법령을 근거로 지자체 조례 제정이라든지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통해서 지도의 범위와 훈육의 범위를 새로 규정하는 교권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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