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22일 ‘사이버 안보 위협’ 브리핑에서 “국내 원자력 관련 기관과 방산 업체 등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격 시도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올해 국내 시설을 겨냥한 해킹 공격은 하루에만 평균 118만여 차례 벌어졌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휴대폰도 북한의 공격 대상으로 보고 특수 장비 등을 활용해 대응하고 있다.
국정원은 내년에 북한의 사이버 금융 범죄가 더욱 활개를 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로 경제난이 심화되자 해킹을 통한 외화벌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 세계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탈취, 랜섬웨어 협박 등을 통한 사이버 절도를 자행하고 있다. 북한이 2017년부터 올해까지 6년 동안 전 세계에서 훔친 가상자산 규모는 1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올해에만 8000억 원을 훔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정원이 전했다. 2017년 이후 우리나라의 누적 피해액은 1000억 원 이상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북한이 사이버 도둑질로 확보한 자금을 핵·미사일 고도화에 쓰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23일에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66발 쏘고 순항미사일을 3차례 발사했다. 탈취한 거액의 가상자산은 이 같은 몰아치기 도발을 위한 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다.
날로 고도화·지능화하는 북한의 사이버 테러를 정부 기관과 기업의 힘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공공과 민간이 정보를 공유하고 대처하는 등 효율적인 사이버 안보 공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북한의 해킹에 기민하게 대처하려면 사이버 위협 대응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실질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의 사이버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국제 공조 체제 강화가 시급하다.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 등이 긴밀히 협력해 해킹을 통한 자금 확보를 차단해야 한다.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해주고 있는 중국에도 북한의 해킹 방지 협력 및 대북 제재 참여를 촉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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