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금융 완화 정책을 기습적으로 수정하면서 일본의 국가(국채)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커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지난 10년간의 무제한 돈 풀기로 국가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사실상의 금리 인상’ 조치로 정부 재정이 급격하게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문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일본에 매긴 신용등급은 8년째 ‘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2014년 말 소비세 인상 연기로 재정 건전성 개선이 지연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 하향 조정된 이래 신용등급 변동은 없다. 하지만 이 기간 정부 부채는 774조 엔에서 1026조 엔으로 급증하고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59%로 ‘유럽의 병자’ 이탈리아(173%)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재정 악화에도 ‘제로(0) 금리’ 덕에 신용등급을 지탱해온 일본이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을 가동할 경우 등급 강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은 “신용평가사는 이자비용 부담 확대와 채무 악화로 이어지는 금리 상승을 등급 조정의 요건으로 꼽는다”며 “BOJ의 통화 완화 축소와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약해지면 1%를 웃도는 수준의 완만한 금리 상승만으로도 등급 재평가 조건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달러 조달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은행은 2010년 이후 일본 국채를 담보로 해외에서 외화를 빌려오는 ‘크로스 커런시’ 형태로 대규모 달러를 조달해왔다. 하지만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일본 은행들의 해외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달러화 조달에 가산금리가 붙게 된다. 이는 해외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고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현재 일본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A-’ 수준으로 한 단계만 더 낮아지면 ‘BBB+’가 된다. 신문은 과거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의 여파로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BBB’로 강등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6%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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