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 반입되는 콘크리트의 수분 함량을 주기적으로 측정하도록 의무화한 ‘단위수량 검사’가 지난 1일부터 도입됐지만, 이미 착공한 현장 대다수는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높다.
25일 건설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굳지 않은 콘크리트 120㎡마다 단위수량을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한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개정안은 고시일 이전에 착공한 건설 현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건설공사가 통상 착공부터 준공까지 2~3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뀐 업무지침에 따라 시공한 건축물은 빨라도 2025년께 나온다는 뜻이다.
앞서 국토부는 정책 형평성 등을 고려해 이미 공사에 들어간 현장은 콘크리트 사용량 조정 등으로 품질관리계획을 바꾼 경우에 한해 개정된 업무지침을 따르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는 건설현장은 전국의 30% 내외에 불과해 사실상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바뀐 정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국토부는 표준시방서 개정안 발표 시기인 9월에는 ‘기착공 현장은 검사에서 제외한다’고 했지만, 11월 29일에는 ‘진행 중인 곳도 예외 없이 철저히 검사 요청한다’는 공문을 지방자치단체 등에 발송했다. 반면 같은 날 국토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업무지침 개정안 부칙에는 ‘착공 현장은 품질관리계획 변경하는 경우에만 단위수량 시험을 추가로 반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락가락 하는 국토부 발표에 관련 업계는 지난 19일 행정예고 종료 전, 국회를 통해 별도 규정 해석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국토부가 지난 9월 콘크리트 표준시방서를 개정할 때도 유예기간 3개월을 설정하고, 표준시방서에 연동해 바뀐 업무지침에서도 또 유예기간을 두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한승 한양대 에리카 건축학부 교수는 “결국 지금 짓고 있는 공사현장은 품질이 떨어지는 콘크리트를 사용해도 괜찮다는 의미인가”라며 “2021년 4월부터 정책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이 시작된 만큼, 단위수량 검사 기반은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일련의 상황은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바뀐 업무 지침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유병수 국토부 기술혁신과장은 “전국의 공사현장이 3만~4만 여 곳에 달하는 만큼 단위수량 시험장비의 수급이 쉽지 않은 상태”라며 “기존에 공사 및 설계 중인 곳도 단위수량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지자체 등에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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