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LCC) 신화’로 불리는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무더기 결항 사태가 이어지자, 미 교통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연휴기간 수천편의 항공기가 취소된 상황을 언급하며 항공사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교통부는 이날 다른 항공사들에 비해 결항 및 지연 상태가 월등히 많았던 사우스웨스트 항공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혔다. 대부분의 미국 항공사가 폭설과 한파 여파를 벗어나 이날 정상 가동된 상황에서도 사우스웨스트 항공에서 결항 및 지연이 이어지는 데 따른 것이다.
교통부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결항률과 관련해 "불균형적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며 항공사가 고객에 대한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또 사우스웨스트가 결항 및 지연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었는지, 고객 서비스 방침을 준수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위터에 이같은 교통부 방침을 게시하면서 "정부는 항공사가 책임을 지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겨냥했다.
항공편 추적 서비스인 플라이트어웨어(Flight Aware)에 따르면 이날 미국 동부 시간 기준 오전 11시 30분까지 2,900편의 항공편이 취소 됐고 2,400편 이상이 지연됐다. 취소된 대부분의 항공편(2,500편 이상)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에서 발생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이에 더해 28일 항공편의 약 61%, 29일 항공편의 14%를 이미 취소한 상태다. 대규모 결항 사태에 따른 투자자들의 충격으로 사우스 웨스트 주가는 5% 이상 급락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이번 미국의 한파 사태에서 유독 취약했던 것은 공항 위치, 운항 노선, 구식화된 운영 체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겨울 폭풍이 일리노이주 시카고와 콜로다도주 덴버를 강타했는데 여기에 사우스웨스트의 허브 공항인 시카코 미드웨이 공항과 덴버 국제공항이 위치해있다.
미국 최대 규모 LCC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공격적으로 항공 노선을 운영하면서도 운영 체계 등의 현대화 작업에 게을렀던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CNN에 따르면 앤드류 워터슨 사우스웨스트항공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항공사의 구식 일정 관리 프로그램이 대규모 결항 사태의 주범이었다고 직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 맥베이 사우스웨스트 대변인은 "결항에 따른 다음 일정을 맞추려 했지만 헛수고였다"며 "할 수 있는 한 가장 빨리 안전하게 정상화하는 게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1971년 텍사스주에서 LCC로 운항을 시작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최저 수준 항공료와 파격적인 서비스를 통해 미국 최대 항공사로 도약한 항공업계 혁신의 아이콘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성공사례를 발판으로 1990년대부터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LCC가 확산됐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이번 무더기 결항 및 지연 사태로 인해 미국 내에서 신뢰도가 크게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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