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은 산이면서도 도시와 연결된, 특히 서촌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독특한 산입니다. 인왕산 숲속쉼터는 서울과 인왕산·서촌의 풍경은 물론 각 장소의 역사와 축적된 이야기들이 누적되며 만들어진 서사적 풍경에 그저 작은 점을 찍는다는 생각으로 설계했습니다.”
인왕산 숲속쉼터를 ‘작은 점’으로 표현한 조남호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소장의 발언은 그가 추구하는 쉼터의 모양새를 짐작하게 한다. 인왕산 숲속쉼터는 두 개의 등산로를 연결하면서도 결코 단절시키지 않는다. 우회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왕산 등산로를 오르내리는 이들은 쉼터에 들를 수도, 그저 지나갈 수도 있다. ‘점’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시민들이 지나는 동선 속에 그저 쉼터로 존재하는 것이 바로 이 쉼터의 주목적이다.
‘쉼터’는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정작 일상 속에서는 잘 쓰지 않는 단어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라는 그 의미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막상 내 주변 쉼터를 찾는다면 꼽기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소장은 “쉼터가 되기 위해서는 카페처럼 상업적이지 않으면서도 공원같은 곳들과는 다르게 분명한 ‘장소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그에 중점을 두고 설계했다”며 “세월이 지나면 서울에서 더 좋은 곳들이 많이 생겨나겠지만 인왕산 숲속쉼터는 핫한 공간이 아니라 등산을 하던 사람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그런 장소로 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핫플레이스는 사람이 많이 찾는 장소일 뿐이지 결코 쉼터는 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조 소장은 “한국이 경제 수준 대비 문화·예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데 건축은 아직 잠잠하다”고 아쉬워했다. 다만 그는 “건축은 한두 명의 천재가 아닌 대중과 건축가들의 역량이 조합을 이루고 이를 기반으로 좋은 도시가 될 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중의 건축에 대한 안목과 수준이 굉장히 높아진 만큼 이제 우리도 건축이 성과를 내는 시기로 옮겨가는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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