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포병부대에서 병사들이 ‘즉각 대기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포대장이 족구를 하고 욕설도 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해당 부대가 조사에 나섰다.
22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즉각 대기 작전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전방사단 예하 포병부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병사라고 밝힌 A씨는 “즉각 대기란 우리 포병부대가 번갈아 가면서 북한 도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하루 종일 포상에서 대기하며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작전”이라고 설명하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휴전 국가이며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북한의 잦은 도발에 미흡한 대응으로 연평도 포격전이라는 아픈 상처를 입었다”며 “이후로 우리 군은 더욱 강도 높은 경계 태세와 즉각 대기 임무에 관심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2포대 차례인 날 1~5포에는 포수들이 포상에서 즉각 대기 임무 수행 중 오후 3시께 2포대 지휘관이 일부 간부, 용사들과 함께 족구를 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그동안 포상에서 무장한 상태로 더위와 싸워가며 임무 수행 중이었던 병사들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자신의 지루함 만을 해소하기 위해 족구를 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행동이었다”며 “이는 임무 수행을 하고 있는 병사들을 기만하는 행동이며 더 나아가 이 작전의 중요성마저 망각해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병사들을 통제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포대장이 군대 기강을 흐리는 행동이었고 전투력을 저해하는 행동이었다”며 “무수한 땀을 흘리며 먼지 가득한 포상에서 대기하던 용사들은 이 사실을 인지한 후, 불만을 표출했고 그제야 포대장은 족구를 멈추고 포대원들을 집합시켜서 사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과의 내용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몰랐다’, ‘이미 다 복귀한 줄 알았다’, ‘다음부터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 등의 말로, 미안함보다는 변명의 의미가 더 진한 모습이었다”며 “평소 규정을 중요시하고 징계한다고 겁주는 포대장이 이런 말들을 하고 전시 상황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포대장인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한 용사가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실수할 경우 포대장이 욕설을 한다며 그의 언행을 지적한 A씨는 “물론 잘못한 것은 훈계받고 혼나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군인이기 전에 한 명의 인격체로서 욕설을 동반한 비방을 듣고 싶진 않다”고도 했다.
아울러 “‘60트럭’이라 불리는 군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서는 사회 운전면허와는 별개로 취득해야 하는 군 운전면허가 존재하지만, 지휘관은 군 면허가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영내에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운행하고 포탄을 운반한 적도 있다”며 “중형차량 운전병에게는 엄격히 5톤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A씨는 “병사들 눈에는 그저 진급이 가장 중요하고 포대원들 케어는 안중에도 없는 포대장을 이번 일로 철저히 조사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부탁을 남겼다.
해당 사안을 접한 부대 측은 “제보된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규정에 의거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상호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가 조성된 가운데 부대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지휘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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