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박 모(62) 씨는 최근 계란빵 가격을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인상했다. 밀가루부터 기름까지 가게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전체적으로 상승하며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 힘들었던 탓이다. 박 씨는 “길거리 음식은 무조건 값싸야 한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있어 가격 인상에 두려움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실제 가격 인상에 불만을 보이는 시민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전방위적인 고물가 상황에 매서운 한파가 이어지며 ‘겨울 특수’를 노려야 하는 노점상들이 오히려 울상 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내 풀빵·호떡·붕어빵 등 거리음식을 판매하는 거리가게는 2018년 6669개에서 2022년 상반기 5684개로 4년 동안 약 1000여개가 사라졌다. 거리가게란 서울시 내 등록된 노점상을 뜻하는 것으로, 서울시에 등록만 한 채 실제 장사를 이어가지 않는 가게를 포함하면 감소 폭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는 거리음식 대부분에 필요한 밀가루나 기름 등의 가격이 상승하며 마진율을 맞추기 힘들어진 까닭이 크다. 서울 마포구에서 붕어빵을 파는 김 모(69) 씨는 “붕어빵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가 과도하게 올랐다”며 “인상한 가격도 물가 상승분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노점상이 주로 사용하는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43% 오르는 등 크게 상승했다. 14일 한국물가정보는 붕어빵과 호떡에 들어가는 주재료 다섯 가지의 가격이 5년 전에 비해 49.2% 상승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붕어빵 노점 위치를 알려주는 앱인 ‘가슴속 삼천원’에 따르면 서울 내 대부분 지역의 붕어빵(팥·슈크림)은 2개에 1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노점상들은 최근 기온이 갑작스럽게 떨어진 것도 손님이 줄어든 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12월 14~26일까지의 평균기온은 영하 4.2도로 1973년 이래 가장 낮은 값을 기록했다. 서울 한강은 평년보다 16일 빠른 12월 25일에 결빙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닭꼬치를 판매하는 박 모(71) 씨는 “적당히 추워야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러 오는데 최근 날씨는 과도하게 추웠다”며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사람들이 찾아올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 상황에 노점상들이 점차 사라지자 시민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구 모(35) 씨는 “5년 동안 이용했던 노점상이 이번에 문을 닫았다”며 “주말 아침 분식을 포장해 가족들과 나눠 먹었는데 마음 한 켠이 헛헛하다”고 말했다. 계란빵 3개를 포장해 집으로 가져가던 박 모(33) 씨도 “추운 겨울날 뜨거운 거리음식을 불어 먹는 낭만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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