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영원한 리베로,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한국축구 최초로 올림픽 메달 획득을 이끈 감독,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수많은 수식어 중에서 홍명보(54) K리그 울산 현대 감독 본인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직함은 홍명보장학재단 이사장이다.
홍명보장학재단은 2002년 첫발을 뗀 후 지난해까지 21년간 유소년 축구 꿈나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그 외 단체 등에 40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장학생으로 선발된 인원만 479명에 이른다.
홍 감독은 최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장학생 선발과 장학금 수여식에 끝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2023년은 물론 이후로도 쭉 축구 꿈나무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감독직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재단 이사장은 계속해야 한다. 더 많은 꿈나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재단은 1997년 설립된 홍명보장학회로 출발했다. 홍 감독은 선수 시절 일본 J리그 벨마레로 이적하면서 발생한 수익금 5000만 원으로 장학회를 설립했고 이후 2002 한일 월드컵 포상금과 광고 수익금 등을 더해 재단으로 발전시켰다. 홍 감독은 “국민의 성원으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제가 축구를 통해 번 돈을 축구계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장학생 선발의 첫 번째 조건은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하는 선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표로 활약한 K리그 연봉 1위(14억 7000만 원) 김진수(30·전북)와 여자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지소연(31·수원FC)도 홍명보장학재단 출신이다. 홍 감독은 “가끔 축구 현장에서 장학생 출신 선수들을 만나면 정말 뿌듯하다. 오히려 제가 고맙다”며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축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게 대견하다”고 했다.
홍 감독은 선수 은퇴 후 지도자와 행정가 등 축구인으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다. 2020년까지 협회 전무이사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그는 K리그 울산 구단 지휘봉을 3년째 잡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가장 어울리는 명함이 뭐냐는 물음에 홍 감독은 “이사장직을 해보니 감독의 역할을 할 수 있고, 감독 역할을 하다 보니 행정 업무도 할 수 있었다. 여러 경험을 한 것이 어느 포지션에 가서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이 됐다”고 답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울산에 17년 만의 K리그 우승을 안기며 또 하나의 큰 발자국을 남겼다. 2002년 월드컵 4강과 2012년 올림픽 동메달, 2022년 울산 우승까지 ‘홍명보 10년 주기설’을 완성했다는 평도 있다. 홍 감독은 “10년마다 큰 이벤트가 있었을 뿐 10년 동안 준비한 과정을 더 의미 있게 생각하고 싶다”며 “이제 10년 주기설을 1년 주기설로 바꾸려고 한다. 올해 목표도 당연히 울산의 우승”이라고 다짐했다.
파울루 벤투를 이을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는 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이번 월드컵에서 왜 우리 대표팀이 성공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말처럼 4년 임기를 보장할 수 있는 감독이 오면 좋겠다. 결과가 좋지 못해도 과정이 좋다면 믿고 맡겨야 하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럽게 의견도 내비쳤다.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소방수로 투입됐으나 본선에서 한국의 16강 행을 이끄는 데 실패한 뒤 여론의 뭇매 속에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는 “브라질 월드컵이 내 커리어의 흠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1년이라는 시간으로 월드컵에서 성적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사실 대표팀 감독을 맡을 때부터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축구의 혜택을 받은 사람으로서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10년 전을 돌아봤다.
새로운 10년을 준비 중인 홍 감독은 “지금은 울산의 우승만을 위해 준비 중”이라며 “먼 미래에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경험이 쌓인 만큼 축구 안에서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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