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이기영(31)의 신원이 공개되며 추가 범행 존재 여부에 관심이 높다. 현재까지 추가 피해자에 대한 단서나 증거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이기영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제보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혹시 모를 추가 피해자를 찾기 위해 이기영이 최근 1년간 통화하거나 메시지 등을 주고받은 주변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이기영이 동거녀이자 집 주인이었던 5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후 수개월 교제한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다행히 이 여성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기영이 2건의 살인을 저지른 파주시 자택 내부 벽 및 캠핑용 왜건에서 발견된 혈흔에 대한 과학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기영은 B씨를 살해한 뒤 유기할 때 생긴 핏자국이라고 주장하지만, 만약 핏자국의 주인이 기존 피해자가 아니라면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다만 이기영이 파주 공릉천에 유기했다고 진술한 B씨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고, B씨의 DNA를 비교할 가족들과도 연락이 닿지 않아 혈흔 신원 비교·대조 작업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강력수사 및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이기영의 성향이나 범죄 패턴으로 봤을 때 추가 피해자가 있을 우려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살인을 서슴지 않게 저지르고 이후 태연하게 은폐를 시도하는 등 사이코패스일 소지가 다분하다”며 “잔혹하고 냉혈한이면서도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마구 쓰는 등 허술하고 충동적 측면도 있는 새로운 범죄자 유형”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타인을 숙주로 삼아 이용하고 수틀리면 살인을 저지른 31세 이기영이 20대에는 성실하고 착하게 살았을 거라 볼 수 없다”며 “살인까지는 아니더라도 파악되지 않은 범죄 피해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제 신상도 공개됐으니 적극적으로 제보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강력부서 전직 경찰관도 “우발적인 범행 주장은 신빙성이 낮아 보인다”라며 “비슷한 유형의 피해자들이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혈흔과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는 이번주 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이번주 안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한편 이기영은 음주운전 전과 4범으로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1년 만에 이 같은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기영이 처음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건 2013년이다. 당시 육군 간부였던 이기영은 무면허 음주 운전을 하다 단속하는 경찰관의 손을 물어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저항해 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육군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전역하고 나서도 두 차례 음주운전을 반복해 2019년 징역 1년의 실형을 또 선고받았다.
현재 이기영은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1시께 경기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접촉사고를 낸 후 60대 택시 기사 C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또 택시 기사를 살해한 후 신용카드를 훔쳐 쓰고 스마트폰으로 대출을 받아 고가의 커플링 구입, 고급 술집, 호텔 등에 썼다. 액수를 합치면 5400만원에 달한다.
이기영은 같은 해 8월 초 집주인이자 동거녀인 B씨를 살해해 시신을 파주 공릉천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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