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 현장과 농촌 등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자 비전문취업비자(E-9)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로 늘리기로 하는 등 외국인근로자 공급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입국 전후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해 불법체류자가 양산되고 이들의 법범 행위로 잠재적 사회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 입국의 문턱을 낮추는 데 주력할 게 아니라 선발 제도를 보완하고 입국 전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무부에 따르면 2022년 11월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41만 2659명으로 국내 체류 전체 외국인의 18.8%에 달한다. 반면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에 따르면 한국보다 훨씬 많은 외국인이 사는 일본의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2020년 현재 8만 3000여 명(2.9%)에 불과하다.
국내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정부는 외국인근로자 입국의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올해 고용허가제 E-9 규모를 11만 명으로 결정했다.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당장 올해부터 외국인근로자 유입이 큰 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작 외국인근로자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아 불법체류자가 양산되고 있다.
서울경제가 베트남 현지에서 만난 인력 송출 업체 관계자들은 E-9 인력의 국내 입국 전후에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빠른 인력 공급을 위해 업무나 문화 적응에 필요한 교육 시간을 줄이다 보니 산업 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 현지에서 브로커를 통해 입국하는 경우 브로커에 지급한 거액의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일삼거나 불법체류를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우리 정부가 외국인근로자 입국 전후 시스템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을 알면서도 눈을 감은 채 문턱만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창덕 한국이민사회전문가협회(KIPA) 해외협력본부장은 “지금보다 더 많은 외국인근로자가 한국에 들어오면 이들과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외국인근로자들이 한국에서 적응하고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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