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대 경제권인 미국·유럽·중국의 경기가 동시다발로 둔화하면서 세계 경제의 3분의 1이 침체를 보일 것이라는 경고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나왔다. 2022년보다 험난한 한 해가 예고된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복지와 기후 대응 등 정부의 역할이 한층 강조되며 정치 지형이 ‘좌편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브라질에서는 1일(현지 시간) 최초의 3선 대통령에 올라 남미 ‘제2의 핑크타이드(온건 좌파 물결)’를 완성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양극화 해소를 외치며 자신의 상징적 복지 공약인 ‘보우사파밀리아’의 부활을 예고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의 3분의 1, 유럽연합(EU)의 경우 (회원국) 절반이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견고한 점이 침체 우려를 덜어주는 부분이라면서도 중국의 방역 완화에 따른 코로나19 확진자 급증과 중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세계 경제의 ‘뇌관’으로 꼽았다. “부진에 빠진 중국 경제는 세계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이를 진정시키려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침체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발(發) 타격이 기름을 부을 것이라는 의미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올해 중국의 연간 성장률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성장률을 밑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혀 지난 수십 년간 글로벌 성장을 견인해온 중국이 확연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임을 예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이 IMF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봤다. IMF는 지난해 1월 3.8%로 예상한 2023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같은 해 4월 3.6%, 7월 2.9%, 10월 2.7%로 계속 낮춰왔는데 FT는 이달 16일부터 닷새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이 수치를 더욱 끌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각국의 경기 침체와 민생고는 글로벌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글로벌 경제의 ‘상수’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 원칙보다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쪽으로 표심이 ‘좌클릭’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개도국뿐 아니라 부유한 선진국에서도 ‘정부가 나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가 최근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은행과 금융기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2019년 8월 49%에서 지난해 10월 40%로 크게 감소했고 빅테크(기술 대기업)를 비롯한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경제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정치 지형 전환의 한 단면이 1일 화려하게 돌아온 룰라 대통령의 사례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승리해 이날 공식 취임한 룰라 대통령은 “경제의 수레바퀴는 다시 회전할 것이며 민간 소비가 그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취임과 동시에 브라질 극빈층 가정에 600헤알(약 14만 4000원)씩 지급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룰라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는 브라질 서민을 겨냥해 저소득층에 생계비를 지원하는 자신의 복지 프로그램 ‘보우사파밀리아’ 복원과 최저임금 인상, 노동법 개정 등 좌파식 경제정책을 펴나갈 것임을 취임 첫날부터 강하게 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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