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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미국의 성공 키워드는 ‘혁신 정신’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GPS'호스트

美경제 독주의 원천은 '저항 정신'

성공 꿈꾸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

MS·애플·인텔 신화의 시발점 된

1970년대 미국에서 영감 얻어야





2022년은 거대한 경제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의 해였다. 지금 전 세계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제 감속 페달을 밟으면서 일부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경제적 강점들은 미국에 분명 장기적 혜택을 가져올 것이다. 반면 유럽은 심각하고도 장기적인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전략의 출구를 찾는 데 실패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혹독한 경제 제재로 글로벌 경제와 첨단 기술 흐름에서 고립됐다. 개발도상국들은 높은 에너지 가격과 달러 강세에 따른 채무 부담 가중이라는 이중고에 허덕인다. 미국이라고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총체적인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믿을 만한 나라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모두가 고전하는 시기에 유독 미국만이 잘나가는 이유가 뭘까. 양호한 경제 데이터의 뒷면에는 비범하고 강력한 혁신의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로널드 브라운스타인이 최근에 내놓은 책 ‘록 미 온 더 워터(Rock Me on the Water)’가 이 문제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 책은 1970년대 중반의 미국 대중문화사를 다룬 작품이다.

브라운스타인은 1960년대 초반과 중반의 미국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특히 영화와 TV 쇼는 밋밋하고 비정치적이며 생명력이 없다고 평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할리우드는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와 서부극, 뮤지컬, 그리고 무엇보다 십계와 같은 대서사극에 중독된 상태였다. 그러나 베이비 붐 세대의 등장과 함께 이들 영화 등은 빛을 잃었다. 이어 음악을 필두로 영화와 모든 포맷의 TV 쇼에도 이 같은 순응주의적 문화와 결별하려는 저항과 혁명이 일어났고 1970년대 중반에 이르면서 록 뮤직이 대중문화의 대권을 거머쥐게 된다.

이 같은 과거와의 결별은 필자에게는 대단히 미국적인 정신으로 느껴진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사고를 거부하고 전통을 밀어내며 그들만의 새로운 음악과 영화, TV쇼를 만들었다. 새 에너지가 새로운 대중문화를 창조했고 결과적으로 미국과 세계를 재창조했다. 브라운스타인은 전통과의 결별이 그 당시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시끄러운 마찰음으로 들렸을지 떠올리게 만든다.



전통과의 결별과 함께 단순한 분노의 표출을 넘어서는 파괴적이고 불경한 정치가 뒤따랐다. 정치인 암살, 블랙 파워 운동과 블랙 팬서, 심바이어니즈 해방군이 기세를 떨치던 폭력적이고 때로는 지저분하기까지 한 시기였다.

그러나 저항은 오래가지 않았고 곧바로 역풍이 불었다.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당시의 과격한 청년 문화를 거칠게 비난하며 집권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청년 문화는 묵직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자서전에서 1970년대 실리콘 밸리의 기업인 정신과 청년의 저항 정신을 월터 아이작슨이 하나로 묶어 놓았다고 말한다. 그의 지적대로 마이크로소프트·애플·인텔 등 다소 무질서하게 보였던 그 시기의 신생 첨단 기업들은 결국 글로벌 경제를 새롭게 재편했다.

필자는 오늘날의 미국 문화가 1970년대의 기존 질서와 전통을 뒤흔들었던 교란적 요소들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지 궁금하다. 극단적 저항에서 출발한 문화는 오늘날 대형 상업 활동으로 재빨리 변질된다.

정치 분석가인 로스 다우다트는 요즘 문화의 상당 부분은 만화 캐릭터와 줄거리를 끊임없이 리메이크한 퇴폐적이고 파생적인 문화라고 말한다. 포퓰리스트 우파 진영에서 분노가 표출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닉슨과 레이건에게 연료를 제공했던 향수 어린 분노의 일종으로 미국을 전진시키기보다 되찾으려는 열망이다.

필자는 현재 미국 문화에 침투한 ‘퇴폐’가 일시적 현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권력과 위계질서에 대한 공격을 장려하고 창업을 높게 평가하며 전통과 기존 관행에 개의치 않는 특성이 미국의 ‘본색’으로 남아야 한다.

기업인들은 “늘 배고프고 어리석은 상태를 유지하라”는 잡스의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를 종종 입에 올린다. 잡스의 입을 통해 유명해진 이 같은 정신은 인종 관계나 기후변화와 관련해 기성세대와 과감히 결별하려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아직도 자주 목격된다. 젊은이들은 1970년대의 미국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국가였던 미국은 반대와 불만, 급격한 변화를 수용할 능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거기 어딘가에 미국의 지속적 성공 비결의 근원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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