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파트(전용 59㎡)를 임대 놓은 장모씨는 3월 전세 만료를 앞두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2년 전 5억 7000만 원에 전세를 줬는데 최근 전세 시세가 3억 원대 중후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장씨는 “세입자에게 2억 원 가까이 돌려줘야 하는데 당장 목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역월세’를 제안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역월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세 가격이 3년 전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집주인이 전세 연장 시 시세만큼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차액에 대한 이자 비용을 세입자에게 지불하는 것이다. 2년 전 부동산 호황기 서울에서 성행한 ‘갭 투자’ 물건의 전세 계약이 올해 줄줄이 만료되면서 역월세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2022년 12월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93.77로 3년 전인 2019년 12월 23일 93.85보다 낮아졌다. 전세가격지수는 2021년 6월 28일(100)을 기준으로 평균적인 전세가격 변화를 수치화한 지수다. 통상 전세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서울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전세 계약이 직전 계약보다 낮은 금액으로 체결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2층)는 지난달 28일 14억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2년 전 같은 평형의 보증금은 16억 원이었다. 종로구 평동 ‘경희궁자이 3단지’ 전용 84㎡(7층)도 지난달 21일 직전 전세가보다 2억원 낮춘 10억 원에 전세 계약을 새로했다.
자금 여력이 없어 시세가 낮아진 만큼 전세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들은 그에 해당하는 이자를 세입자에게 지급하는 역월세를 택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 중인 임차인 A 씨는 “전세 시세가 2년 전보다 1억 원가량 떨어졌지만 임대인이 당장 8000만 원까지만 마련이 가능하다고 해 전세 연장 시 차액 2000만 원에 대해서는 금리 6%로 계산해 현금 240만 원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2년 전 서울에서 소위 ‘갭 투자’가 성행했던 점도 역월세 현상을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액만 부담해 아파트를 매입한 갭 투자자들은 매매 당시보다 전세가격이 하락하자 보증금 차액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부동산 거래 신고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서울에서 자금 조달 계획서상 주택담보대출과 임대 보증금을 합산한 금액이 집값의 100%가 넘는 신고서는 6990건이었다. 2020년(2258건)보다 3배 늘어난 수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집토스가 지난해 1~11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월세(반전세 포함) 거래 비중은 41.91%로 전년(38.51%) 대비 3.4%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31.39%)과 비교하면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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