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4일 나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리 전 외무상이 지난해 여름부터 가을 사이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리 전 외무상 처형 전후로 북한 외무성 관계자 4∼5명을 연이어 처형했다는 정보도 있다. 숙청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리 전 외무상을 포함한 복수의 인물이 주영국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에 요미우리는 주영국 북한대사관과 관련한 어떤 문제가 처형 배경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특히 주영국 북한대사관은 2016년 태영호 당시 공사가 한국으로 망명해 국제사회로부터 관심을 끈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처형을 당한 북한 외무성 관계자와 가까운 외교관 가운데 일부는 자신도 숙청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주변에 토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국외에서 근무 중인 외교관이 동요해 망명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도 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리 전 외무상이 처형을 당했다기보다는 교화소나 수용소로 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내부의 불안한 분위기가 반영된 보도인 것 같은데, (사실 여부 등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리 전 외무상은 현직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외교적인 실책이 있어 처형을 당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 센터장은 “태영호 등 외교라인 탈북과 관련해 기강을 잡기 위한 본보기식 처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한편 리 전 외무상은 주영국 북한대사와 북핵 6자 회담 당시 북측 수석 대표를 역임했다. 2016년에 외무상에 취임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보좌한 바 있다. 리 전 외무상은 2020년 퇴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후 지금까지 북한 매체에서 거론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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