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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구멍 뚫린 뇌졸중 응급시스템

■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과연 우리는 안전한가.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대응 체계 위기부터 이태원 참사, 북한의 계속되는 핵 위협,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에 이르기까지 2022년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안전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한 해였다. 특히 지난해 여름에 있었던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은 사회 전반에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에서도 뇌졸중 상시 진료가 어려운데 뇌졸중이 발병했을 때 우리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필자는 심뇌혈관질환, 그중에서도 뇌졸중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필수 중증 의료 체계가 가진 여러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뇌졸중은 골든타임 내에 받는 빠르고 적절한 치료가 예후와 직결되는 대표적인 응급질환이다. 따라서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즉시 방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자료를 보면 뇌졸중 환자의 전원율은 9.6~44.6%에 달했다. 의료 인프라가 좋다는 수도권조차 6명 중 1명은 첫 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워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20년 넘게 뇌졸중 진료의 최전선에 있으면서 이렇게 전원되는 사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회복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참 많이 봐왔다.

첫 번째 문제는 119 구급대원이 뇌졸중 환자를 어느 병원에 이송해야 하는지 지침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지침에 따르면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는 가까운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의 기관으로 이송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지역응급의료센터의 30% 이상은 뇌졸중 24시간 진료가 불가능하다.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 급성기 치료가 어렵다면 치료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즉시 이송돼야 하는데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병원 간 이송은 119가 관여하지 못해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지역과 시간에 따라 대기 시간이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이렇게 옮긴 두 번째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첫 번째 방법은 현장에서 119 구급대원이 뇌졸중·심근경색을 감별 진단해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돕는 관제 시스템을 두자는 것이다. 물론 119 구급대원의 훈련과 원격 자문 체계가 마련돼야 하고 구급차에서 심전도검사가 가능하게 하는 등의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 적절한 지원이 있다면 전국 권역심뇌혈관센터가 해당 역할을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최소한 급성 심뇌혈관 질환에 대해서는 병원 간 이송에 119구급대가 관여하는 것이다. 관련 법령과 시행령을 보완하면 가능하다.



적어도 필수 중증 질환인 심뇌혈관질환에서는 환자가 운을 기대하거나 혹은 평소에 미리 알아보고 거주하는 지역에서 최선의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119에 연락하면 자동적으로 최선의 치료 체계로 연결되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안전한 국가가 아닐까.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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