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져들 경우 예년과 달리 고소득층이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소득층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불황이란 의미에서 부자를 뜻하는 ‘리치(Rich)’와 불황을 의미하는 ‘리세션(Recession)’을 조합한 ‘리치세션(Richcession)’이라는 신조어를 제시하며 이 같이 보도했다.
지난해 3분기 미국 내 상위 5%의 순자산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했을 때 22% 증가했지만 2021년 말에 비해 7.1% 감소했다. 고소득층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양적완화에 따른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전반적인 자산이 늘었지만, 지난해 전 세계가 급격히 금리를 올리면서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냈고 이에 불황에 대비할 수 있는 자금이 전년도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과열된 노동시장에도 불구하고 고액 연봉을 받는 테크 기업 등을 중심으로 정리해고가 확산 중이라는 점 역시 고소득층의 직업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이다. 이들은 대부분 고학력·고기술 인력으로 다른 근로자들보다 쉽게 새 직장을 찾을 수 있지만 새 직장을 찾을 때까지 임금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전 직장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분석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이전보다 자산, 직업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경기침체에 대응할 준비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소득 기준으로 하위 20% 가구의 순자산은 2021년 말에 대비 17% 상승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말 대비로는 42%나 늘어났다. 이는 코로나19 기간 정부의 각종 지원금·보조금 지급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고용시장의 활황으로 임금이 대폭 상승한 것 역시 하위 가구의 순자산 상승에 도움이 됐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하위 25%의 임금인상 폭은 7.4%로 상위 25%의 임금인상 폭(4.8%) 보다 더 컸다. 저소득층, 중산층 근로자들을 더 많이 고용하는 산업들의 경우 여전히 인력난을 겪고 있어 당분간 이러한 임금상승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WSJ은 향후 불황이 닥칠 경우에도 저소득층이 종사하는 서비스업 등의 직업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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