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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버리고 피하세요"…방음터널 화재 '생명문' 연 숨은 영웅들

터널·도로 관리회사 직원 2명

화재 발생 1분만에 무전받고 출동

거친 연기 뚫고 시민들 대피 도와

호흡기 부상 후유증 겪고있지만

"다시 사고나더라도 구조해야죠"

지난달 29일 오후 1시 55분께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과천지식정보타운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화재로 5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친 가운데 당시 현장에서 시민 10명 이상을 구조한 시민 영웅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주인공은 터널 및 도로 유지 관리를 맡고 있는 ㈜한덕엔지니어링 현장지휘반 소속 김용(50·팀장)씨와 임승용(49·차장)씨다.

㈜한덕엔지니어링 현장지휘반 소속 김용씨(오른쪽)와 임승용씨.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을 지나던 5t 폐기물 운반용 트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길이 830m의 방음터널 가운데 600m 구간이 모두 탔고, 오후 4시12분께 완전 진화됐다.

화재가 난 시각은 오후 1시 49분. 김씨와 임씨는 현장상황실 시스템을 통해 화재를 확인하고 1분 뒤 무전을 받고 출동했다. 화재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1시 57분.

김 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연기가 점점 터널 진입로 쪽으로 밀려나오고 있는 상황이었고 새까만 연기들이 가득 차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김 씨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생각보다 불이 커서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무전으로 화재의 규모를 정확히 전달 받지 못한 채 급한 마음으로 출동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곧장 임 씨에게 차량 운전자들 다 나오게 해서 차 버리고 대피하게 유도하라고 지시했다.

김 씨는 5일 서울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화재 당시 터널 출구에서 140m 정도 되는 곳에 있었는데 차를 버리고 뛰어도 연기가 너무 심해 다들 중간에 호흡곤란으로 쓰러질 것 같았어요. 그 주변에 점검문이 있습니다. 그걸 개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문을 열어 근처에 있던 운전자들 10명 이상을 대피시켰습니다”라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김 씨는 이어 "이미 사방이 연기로 가득찬 상태였고, 눈 앞에 보이는 사람들을 빨리 대피시켜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라고 했다.



사람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김 씨와 임 씨도 부상을 입었다. 연기를 흡입해 호흡기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김 씨는 통원치료를 받고 있지만 함께 구조에 나섰던 임 씨는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오늘도 (병원) 외래 가야 하는 날인데 사고 후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못 가고 있네요.”

이번 화재로 인한 정신적 충격은 없었냐고 묻는 질문에 김 씨는 “평소에 안전교육은 항상 받는데요. 그러나 실제로 큰 불을 겪어보니 굉장히 무섭더라고요. 나는 그렇게 숨이 안 쉬어질 줄 몰랐어요. 연기의 속도도 너무 빠르더라고요”라고 했다.

이어 “말로만 듣던 트라우마가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사고 후 뉴스에 보도된 각종 블랙박스 영상에 불이 정말 크게 났었던 것을 보는게 힘들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다시 그 상황이 되더라도 똑같이 하겠냐는 질문에 김 씨는 “해야죠. 그게 내가 할 일인데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당시에는 빨리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한다는 생각에 점검문 개방 후 다시 현장으로 들어갔습니다”고 말했다.

한 번 마주했던 불길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김씨는 무섭기도 했지만 터널 안에 다른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김 씨는 다시 터널로 들어가 자신이 확인할 수 있는 부분까지 모두 확인하고 나왔다고 한다.

병원에서 만난 임 씨는 터널 안에서 마지막으로 구조한 트럭운전자 분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맨 마지막에 트럭 좀 나이가 드신 화물차 기사분이 계셨는데 그 분은 끝까지 차를 포기하지 못하고 안 나오시겠다고 하셔서 아주 곤란했습니다. 다행히 그 땐 연기가 거친 상태라 터널 출구 쪽으로 대피를 할 수 있어서 그 쪽으로 안내를 했습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씨는 이번 화재로 인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운전자들의 인식 변화를 강조하며 “터널이나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가 나면 일단 차를 버려야해요. 그리고 반드시 차 키를 꽂아둔 채 화재 반대 방향으로 대피하는게 먼저입니다. 근데 이번 화재에서는 다들 그냥 차에서 ‘어떻게든 되겠지 되겠지’하면서 기다리고 계신 분들이 많았어요. 정말 위험한 행동이고 반드시 몸부터 피신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용감한 행동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냐는 질문에 김 씨는 "가족 외엔 어디에도 말하지 않았어요. 이번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 저희가 잘 하고 못 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집에 가서 아이에게 오늘 아빠가 사람 많이 살렸다고 말했는데 아이도 자랑스러워했습니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지난달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에 대해 조사중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1일 이 트럭을 운용하고 있는 폐기물 수거 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 업체를 상대로도 차량 점검 및 유지·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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